"도쿄재판 역사관 때문에 사죄 외교" 주장하는 단체
일본회의 회장 "우리가 첨병이 되면 어떠냐" 개헌 견인 주창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우익 성향으로 평가받는 단체인 '일본회의'(日本會議) 공식행사에 참석해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같은 날 열린 자민당 대회에서는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개헌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으면서 지지 기반이 되는 우파 진영을 향해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달 13일 도쿄(東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일본회의 지방의원연맹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며 개헌 결의를 밝히고 이를 위해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그러면서 "헌법 개정은 당시(黨是, 당의 확정된 기본 방침)이라고도 했다.

이 행사는 약 160명이 참가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렸으며 아베 총리는 약 15분간 머물다 떠났다.

일본회의 측은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재집권 이후 일본회의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일본회의 행사장에 직접 가서 개헌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 단체를 배려한 이례적인 행동이라고 아사히는 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같은 호텔에서 불과 몇 시간 앞서 열린 자민당 대회에서 20분간 연설했으나 개헌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회의는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 통합해 1997년 설립된 단체로 회원 수는 약 3만8천명이다.

일본회의는 "전통에 바탕을 둔 국가 이념을 제창한 신헌법" 등을 추구하고 있으며 "도쿄재판 사관이 널리 퍼져 여러 외국에 대한 비굴한 사죄 외교를 부르고 다음 세대를 담당할 청소년이 국가에 대한 긍지와 자신을 잃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우익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작년 9월 15일 현재 아베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각료, 자민당 임원, 파벌 대표 등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명단에 포함됐다.

아베 총리는 특별고문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회원 281명 가운데 자민당 의원이 246명이나 된다.

다쿠보 다다에(田久保忠衛·83) 회장이 작년 11월 강연에서 "우리가 아베 총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첨병이 되면 어떠냐. 메이지(明治)유신도 하급 무사가 했다"고 말하는 등 일본회의가 개헌을 견인하려고 한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