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발표될 면세점 정책 개선안에서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업체 간에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 대전'에서 사업권을 따낸 업체와 탈락 업체, 그리고 면세점사업 진출을 노리는 기업까지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이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180도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신규 업체들은 면세점이 늘어나면 면세점산업 전체가 추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탈락한 기존 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면세점들을 살려야 면세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반박한다.

면세점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온 정부는 애초 7월까지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겨 이달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당국은 16일 개최되는 공청회에서 제도 개선 방향을 공개하고 이달 말까지 확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선안 발표 시점을 앞당긴 점 등을 고려하면 롯데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점에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가장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쪽은 새로 사업권을 따내 최근 문을 열었거나, 개장이 임박한 신규 면세점들이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불렸던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냈으나 막상 사업 초기 경영환경이 녹록지않은 상황에서 오랜 업력을 가진 기존 업체들이 부활하면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SM면세점, 신세계디에프, 두산 등 신규면세점 사장단은 지난 14일 회의를 열고 "신규 업체들이 브랜드 유치 어려움과 인력난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신규 면세점들이 오픈하고 1년 정도는 지켜보고 나서 시장이 커지면 또 다른 신규 업체 진입이 검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계속 신규 면세점을 늘리면 물건을 못 채우는 면세점들이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찾지 못해 병행수입을 하거나 가짜가 섞일 수도 있다"며 "한국의 면세점 산업이 전체적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와 SK 등 탈락 업체들의 논리는 이와 정반대다.

이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광산업이 발전하려면 경쟁력을 확보한 탈락 면세점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내 수출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내수도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가 큰 면세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며 그 적임자는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기존 업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잘하는 면세점은 문을 닫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신규면세점을 키울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이미 국내 면세점시장이 위축되며 국가경제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업체의 회생에 반발하는 신규면세점들에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기존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면세점 허가 신설을 반기던 신규면세점들이 이제 와서 면세점 추가를 막으려는 건 이기주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결국은 신고제로 가서 자유경쟁을 통해 가장 잘할 수 있는 업체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점 추가 논의가 달아오르자 시장 진입 기회를 노리던 사업자들도 기회의 문을 넓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은 15일 신고제 전환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신규 사업자를 대거 참여시켜야 된다는 요지의 입장을 내놨다.

현대백화점은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꿔 면세 시장의 진입장벽 자체를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며 "전면 개방을 통해 면세점간 경쟁을 촉진시켜 우수 업체들이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법 개정 등 여러 제약 탓에 당장 신고제 전환이 어렵다면 현행 허가제를 유지하되 일정 요건을 갖춘 상당수 기업에 면세 사업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시내면세점 유치전에서 이랜드 등과 함께 고배를 마셨다.

현대백화점은 면세 사업자가 추가되면 롯데와 SK 외에 현대백화점과 이랜드 정도만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며 사실상 재도전 의지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