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보수당에서도 장관 등 의원 100여명이 캐머런에 등 돌려

유럽연합(EU) 개혁안이 타결되고 영국의 EU 잔류·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일이 확정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막기 위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정부의 노력은 일단 순조롭게 첫발을 내디딘 모양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영국이 EU에 남아야 한다'는 찬성론이 반대론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조차 탈퇴론자들이 많아 영국의 EU 잔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dpa통신 등 유럽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을지를 결정할 국민투표일(6월23일 시행)이 확정되면서 관련 여론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되고 있다.

'선택을 날'까지 4개월 남은 현시점의 여론은 일단 EU 잔류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날 공개된 대중지 데일리메일 여론조사에서는 '영국이 EU를 탈퇴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아니다'(잔류)라고 답한 응답자가 48%, '그렇다'(탈퇴)가 33%로 나타났다.

일단 잔류 의견이 탈퇴보다 15%포인트 높게 나온 점은 캐머런 정부로서는 고무적이지만 '잘 모르겠다'는 부동층도 19%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결과다.

캐머런 총리가 EU 개혁안 합의를 잘했느냐는 질문에 '잘했다'(35%), '못했다'(30%)가 비슷하게 나온 점도 걸리는 부분이다.

최근 공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대체로 잔류 지지가 탈퇴 지지를 앞서고 있으나 지지율 차이는 압도적이지 않았다.

또 유고브 등 일부 조사에서는 탈퇴 지지가 높게 나타난 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캐머런 내각의 장관들조차 일부가 속속 '탈퇴 지지'를 표명한 점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미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과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대표가 EU 탈퇴 캠페인 합류 의사를 표명하는 등 20일까지 장관을 포함한 보수당 주요 인사 6명이 캐머런에 등을 돌렸다.

고브 장관은 "영국은 EU 밖에서 더 자유롭고 공정하며 부유해질 것"이라며 "EU의 정책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안보를 제공해주기보다는 불안정과 위험의 근원이 돼 왔다"고 말했다.

차기 총리감으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결정을 유보해왔다.

지난 16일 자택에서 탈퇴파를 이끄는 고브 장관과 저녁식사를 하며 해당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1일 중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dpa는 보수당 하원 의원 330명 가운데 최소 65명이 브렉시트에 찬성하고 있으며 더 많은 수가 그에 따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텔래그래프는 내각 장관 여럿이 총리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수십 년간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EU 탈퇴 지지하는 보수당 의원이 그보다 더 많은 1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독립당(UKIP) 등 반(反) EU 세력은 비판의 날을 더 세웠다.

나이절 패라지 UKIP 대표는 EU 합의안에 대해 "정말로 한심한 것으로 옮겨 적을 종이도 아깝다"면서 유권자들에게 EU 탈퇴에 투표해 '황금 기회'를 잡으라고 촉구했다.

EU 잔류파인 야당 노동당에서도 합의안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합의안에 상관 없이 EU 잔류 캠페인을 벌이겠다면서도 "이번 EU 개혁한 협상에서 캐머런 총리의 우선순위는 보수당 내 반대파를 달래는 것이었다.

그는 일자리를 확보나 철강산업 보호, 저임금 일자리 확산 저지 등에는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2014년 주민투표로 부결된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도 브렉시트 논란 속에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를 이끄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다수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EU 잔류를 지지하고 있는데 6월 국민투표에서 EU 탈퇴 결정이 나올 경우 독립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SNP 당수인 니컬라 스터전은 "영국 내 여론조사를 보면 (EU 잔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면서 "스코틀랜드 이외 지역에서 잔류 반대 결과가 나오면 스코틀랜드 주민은 독립 여부를 다시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