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27달러대로 추락…OPEC은 생산량 더 늘려
국제 유가가 배럴당 27달러대로 추락했다. 원유 수요 감소로 공급우위가 지속되는데도 일부 산유국이 수익을 맞추려고 생산량을 늘리면서 가격이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5.9% 급락, 배럴당 27.94달러까지 추락했다. 나흘 연속 하락세다. WTI 가격은 올 들어서만 25% 떨어졌다. 이날 런던ICE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도 7.79% 급락한 배럴당 30.32달러에 마감됐다.

이날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증산으로 공급초과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란과 이라크는 지난달 하루평균 산유량을 각각 8만배럴과 5만배럴 더 늘렸고,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하루 7만배럴 더 많은 1021만배럴을 생산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밝혔다.

OPEC 회원국의 증산이 지속되면 지난달 하루평균 150만배럴이던 공급초과량이 175만배럴까지 늘어나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IEA가 전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이날 월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 WTI 가격 전망을 종전의 배럴당 38.54달러에서 37.59달러로, 브렌트유는 40.15달러에서 37.52달러로 낮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유가 하락과 대조적으로 금값은 달러 약세와 안전자산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강세가 이어졌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1% 오른 온스당 1198.60달러에 마감, 지난해 6월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닷새간 상승폭은 6%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미국 경기둔화 우려로 전날보다 0.69% 하락한 96.01까지 밀렸다. 지난해 10월2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