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 상승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강조, 3월 중 추가 부양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연합(EU) 의회 연설에서 유가가 재폭락하고 인플레율과 임금 인상 폭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역내 물가와 임금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드라기 총재가 이날 연설에서 3월 10일로 예정된 차기 통화정책회의에서 경제 회복을 위한 부양 조치를 확대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ECB는 작년 12월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중은행이 ECB에 예치하는 예금금리인 '예치금리'를 -0.20%에서 -0.30%로 0.10%포인트 내리고, 전면적 양적완화 시행 시한을 오는 2017년 3월까지로 늘린 바 있다.

드라기 총재는 이어 지난해 12월 이후 신흥시장의 성장 여부와 금융·원자재 시장의 변동성, 지정학적 위험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역내 경제 리스크가 증가해왔다고 말했다.

페트르 프레이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 기대감이 낮아지는 것은 분명히 실망스럽다며 추가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반면, ECB의 25명 통화정책위원 중 강경파인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유로존의 통화정책이 최근 저유가로 촉발된 단기적인 경기 변동에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추가 부양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 ECB내 부양대책을 놓고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ECB는 또,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당초 1.6%(2016년)와 1.7%(2017년)로 설정한 인플레율 전망치를 각각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FT가 내다봤다.

FT는 올해 들어 1월 한 달간 인플레율은 2014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0.4%에 달했지만, 앞으로 수개월간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 올해 말에 마이너스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드라기 총재는 1조 4천억 유로 수준으로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 프로그램과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 조치가 없었다면 유로존의 성장 둔화는 물론 디플레이션에 빠졌을 수 있고 물가도 올해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