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돈 조반니 '그동안 나의 연인을 위로해 주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 등장하는 돈 오타비오는 모범 시민이다. 불한당에게 겁탈당할 뻔하고 부친마저 살해당한 연인 돈나 엘비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배려하고, 돈 조반니가 범인임이 밝혀진 뒤에도 사적인 복수심을 억누르고 공권력에 신고하러 간다. 떠날 때 부르는 테너 아리아 ‘그동안 나의 연인을 위로해주오(Il mio tesoro intanto)’는 긴 호흡과 장식음 테크닉이 필요한 난곡이지만 한편으론 지극히 품위 있고 단정한 돈 오타비오의 캐릭터에 딱 부합한다.

그런데 왜 돈나 엘비라는 빨리 혼례를 올리자는 돈 오타비오의 거듭된 청에 기다려 달라고만 할까. 표면적으로는 부친을 잃은 슬픔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착하기만 하고 기백이 부족한 남자에게 끌리지 않아서일 것 같기도 하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