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를 디자인하자
상품에 대한 고객의 요구사항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진열대에 수북이 놓인 제품을 고르며 만족했지만, 이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등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장이 생기면서 소비 풍속도가 달라졌다. 쇼핑의 개념이 ‘사는 것’에서 ‘좋은 제품과 나쁜 제품을 구별하는 개념’으로 변한 것이다.

지난해 가을, 미국 스탠퍼드대 디자인스쿨에서 20여일간의 단기과정을 이수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가 생각하던 ‘디자인’이라는 용어의 뜻을 180도 바꾼 시간이었다.

기존 틀에서의 디자인이란 디자인 전공자들이 제품의 마지막 마무리 단계와 포장 부분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새롭게 배운 것은 ‘디자인 엔지니어링’으로서의 디자인이었다. 제품 초기 단계부터 마케팅과 영업, 연구개발(R&D)과 생산 등 모든 부서가 함께 제품을 만들면서 디자인 콘셉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적용해가는 것이었다. 필자에겐 충격적인 교육이었다. 디자인을 전 영역에서 한꺼번에 연동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전략은 경영에 즉각 도입해 실천해야 할 실전 공부였다.

많은 사람이 필자에게 “어린 나이에 빨리 성공한 전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항상 웃으며 같은 대답을 한다. “제가 미인이라서요.” 어쩌면 이해가 안 가는 동문서답으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필자 나름대로의 철학이 담겨 있다.

‘거울을 보는 여자’란 표현을 즐겨 쓴다. 거울은 자아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잣대다. 또 거울을 보고 나면 더욱 자신감을 키워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다. ‘나’란 상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때 넥타이를 바로 맸는지, 어깨 옷깃은 정돈했는지, 립스틱은 번지지 않았는지 등등 점검한 뒤 누군가를 만나면 제대로 나를 표현할 수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다. 기능이 비슷하다면 고객은 예쁜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거기에 차별화된 기술이 숨겨져 있다면 ‘1등 제품’이란 수식어까지 줄 것이다. 이런 상품을 생산해낼 경쟁력은 스스로를 디자인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거울을 보듯 자신을 객관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내실을 갖추고, 거부감 없이 포장한다면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의 경쟁력을 키울 무기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박혜린 < 옴니시스템 대표 ceo@omnisyste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