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영국 총선거에서 보수당에 패한 노동당의 당대표 선거가 14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내에서는 전통적 노동당의 색채를 강화할 후보를 뽑아 ‘좌클릭’할 것이냐, 중도층에 호소하기 위해 ‘우클릭’할 것이냐를 놓고 ‘노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 당대표 후보는 극좌파라는 평가를 받는 제러미 코빈이다. 지난 11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 결과 코빈은 53%의 지지를 받았다. 그는 “노동당이 선거에서 진 것은 너무 왼쪽에 있어서가 아니라 긴축에 찬성했기 때문”이라며 긴축정책 중단, 철도 재국유화, 부유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전통적인 노동당 공약을 다시 내걸었다.

그러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에서 “절벽을 향해 눈을 감고 두 팔 벌려 걸어가지 말라”며 “코빈이 승리한다면 노동당은 해체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코빈을 겨냥해 “노동당은 광범위한 중도층에 호소하면서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기업을 지지할 때 승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빈의 부상을 반기는 건 보수당이다. 코빈이 당대표가 되면 다음 총선에서도 유권자가 노동당을 외면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노동당 내부에선 일부러 코빈을 당선시키기 위해 가짜 유권자가 대거 등록했다며 선거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배리 시어먼 노동당 의원은 “‘난 보수당 지지자지만 코빈 후보를 뽑을 것이며, 보수당 집권을 5년 더 연장시키는 데 (당대표 투표 참가비인) 3파운드면 매우 싼 가격’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며 선거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