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해명공시제 도입…불성실공시 제재 실효성은 강화

그간 상장 기업들에 공시 부담만 지우고 투자 활용도는 높지 않던 의무공시 항목과 중복공시 항목 등이 대거 폐지된다.

대신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공시 의무와 공시 담당자의 책임성은 강화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공시 규정 개정안'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거래소는 이 개정안을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는 오는 9월 7일부터, 코넥스시장에서는 이달 27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규정 개정은 금융위 등이 지난달 1일 발표한 '기업공시제도 규제 선진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상장사의 공시 부담을 줄인다.

활용도가 높지 않던 '감사 중도퇴임' 등과 같은 의무공시 항목은 폐지되고 '생산의 정상적 재개' 등을 알리는 의무공시 항목은 자율공시로 이관된다.

지주회사의 경영·재무구조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거나 중복 공시되는 항목은 자회사 공시항목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또, 지배회사의 종속회사 관련 공시 의무를 완화하기 위해 '주요 종속회사' 판단 기준을 종전 지배사 자산총액의 5%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변경했다.

엄격한 공시 기준을 적용하는 '대기업' 판단기준도 현행 자산총액 1천억원에서 2천억원으로 올려 대상 기업 범위를 축소했다.

거래소는 이번 규정 개정으로 기업의 공시 부담이 연간 1천591건가량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4년 공시 실적 대비 7.1% 감소하는 수준이다.

기업들의 공시 자율성도 제고된다.

상장사들은 새로 도입되는 '자율적 해명공시제도'를 통해 잘못된 풍문과 보도 등에 대해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 없이도 스스로 해명할 기회를 갖게 된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에 대해서는 공시 내용을 거래소가 사전에 확인하는 현행 제도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처럼 공시 부담을 낮춰주는 대신 투자자보호를 위한 공시 의무는 일부 강화된다.

이번 규정 개정에 따라 분식회계 때문에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임원해임 권고 조치를 받은 경우 등도 공시 대상이 된다.

현재는 검찰 고발 및 통보 시에만 공시 의무가 발생했다.

또 기업이 주권 관련 사채권(CB, BW 등)을 일정 규모 이상 취득·처분하거나 최대주주 변경이 수반될 우려가 있는 주식담보 계약 체결·해제 시에도 공시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공시 담당자의 책임성을 높이고자 상습적 불성실공시 행위자 및 공시 교육 미이수자에 대한 거래소의 교체 요구권도 도입된다.

불성실공시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시 위반 제재금 상한도 오른다.

유가증권시장의 제재금 상한은 현재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코스닥 시장은 현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코넥스시장에는 영업·생산 및 채권·채무 관련 공시 항목이 4개 추가됐다.

거래소는 공시 우수법인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자 대상 영문공시 시한은 연장해주는 등 공시 활성화 지원책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