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12개 대회에서 7승…2001년부터 메이저 19승
4개 이상 메이저대회 한국인 우승하는 '코리언 슬램' 기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메이저대회가 5개이다.

4대 메이저대회를 고수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다른 점이다.

PGA투어는 메이저대회에 견줘도 손색이 없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제5의 메이저'라고 부르지만, 메이저대회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LPGA투어의 메이저대회 역사를 들여다보면 안쓰러운 장면이 많다.

'4대 메이저대회'라는 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세월이 제법 길다.

메이저대회가 3개 뿐인 시절이 33년 전이다.

심지어 LPGA투어가 창설된 1955년 이후에도 10시즌이나 메이저대회가 2개만 열리기도 했다.

한 시즌에 열린 메이저대회를 모조리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이 1950년에 딱 한 번 나왔지만, 메이저대회가 3개뿐이어서 함량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983년부터 '메이저대회는 4개'라는 틀을 잡은 LPGA 투어는 2001년 듀모리어클래식이 폐지되는 위기를 맞았지만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메이저대회에 편입하는 묘수로 풀어냈다.

LPGA 투어는 2013년 에비앙마스터스를 메이저대회로 격상해 사상 처음으로 '5대 메이저대회' 시대를 열었다.

PGA투어에서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파격을 감행한 셈이다.

기반이 취약한 LPGA투어의 사정을 감안해도 지나치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메이저대회가 지니는 권위와 전통을 훼손한다는 게 비판의 골자이다.

5개로 늘어났어도 메이저대회는 메이저대회이다.

메이저대회 챔피언에 주는 각종 특전도 여전하다.

LPGA투어 '5대 메이저대회' 시대는 '코리언 파워'의 무대이기도 하다.

LPGA투어가 메이저대회를 5개로 확대한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치러진 12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코리언 챔피언'은 절반이 넘는 7차례 배출됐다.

미국 국적 동포 선수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가 지난해 US여자오픈을 제패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한국 국적 선수 우승이 6차례다.

박인비(27·KB금융)는 12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무려 5승을 쓸어담았다.

이 기간 열린 메이저대회 가운데 한국 선수가 우승을 하지 못한 대회는 브리티시오픈 뿐이다.

김효주(20·롯데)는 신설 메이저대회 에비앙마스터스를 제패했다.

'5개 메이저대회' 시대 이전에도 LPGA투어 메이저대회는 '코리언 파티'였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이 메이저대회에 편입된 2001년부터 올해까지 메이저대회에서 한국인 우승자가 없는 시즌은 2003년, 2007년, 2010년 등 단 3년 뿐이다.

2003년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2007년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그리고 2010년은 청야니(대만)의 전성기였다.

당대 최고 선수의 기세에 잠시 숨을 죽였을 뿐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 본능'은 강렬했다.

2001년부터 열린 60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코리언 챔피언'은 32%에 해당하는 19차례에 이른다.

미국 선수 우승은 14차례다.

동포 선수 미셸 위의 작년 US여자오픈 제패를 미국 선수 우승으로 치면 한국 선수 우승이 18회, 미국 선수 우승이 15회다.

스웨덴 선수 우승이 9회로 한국,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지만 소렌스탐이 8회, 안나 노르드크비스트가 1차례 등 단 2명이 이룬 업적이다.

한국 국적 메이저 챔피언은 11명이다.

2012년에는 4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3개를 한국 선수가 석권해 '코리언 슬램'을 달성할 뻔 했다.

2013년에도 박인비 혼자 메이저대회 3승을 따냈다.

지난해에는 박인비, 김효주, 미셸 위가 메이저챔피언에 올라 '코리언 슬램'에 1승이 모자랐다.

9일 개막하는 시즌 세번째 대회 US여자오픈 역시 한국인 우승자 탄생이 유력하다.

만약 US여자오픈부터 브리티시여자오픈, 에비앙마스터스까지 차례로 한국 선수가 우승한다면 '5대 메이저시대'가 열린 이후 처음으로 '코리언 슬램'이라는 새로운 진기록도 기대할 만 하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