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구조개편 논쟁 ④<끝>] "연내 법 개정→내년 거래소지주 상장"…선결과제 '산적'
한국거래소가 수술대 위에 올랐다. 2005년 코스닥시장 합병 이후 10년 만의 재수술이다. '경쟁력 부재와 미래 발전을 위한 체질 개선'이 거래소에 내려진 정부의 종합 진단서다. 수술 집도는 금융위원회가 맡았고, 거래소 수장이 수간호사로 나섰다. 거래소 노동조합과 일부 직원들 그리고 증권·선물회사 등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거래소 지주회사 설립과기업공개(IPO), 코스닥 시장 분리 등을 둘러싼 쟁점들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한국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추진하는 거래소 구조 개편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 등 선결 과제 처리가 우선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우선 금융위는 기존 거래소 주주의 반발을 딛고 독점적 이익으로 규정한 거래소지주의 상장 이익을 처리하는 사회적 합의를 담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스닥 시장 분리론에서 촉발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의 거래소 청사진에 대한 납득할 만한 명분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금융위, 거래소 상장차익 독점적 이익으로 규정…기존 주주 반발 없나

금융위는 거래소지주회사의 상장을 통해 확보되는 상장 차익에 대해서 "지주회사의 IPO(기업공개) 전에 거래소가 누린 독점적 이익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없이 기존 주주가 상장 차익 전부를 누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는 별도의 논의기구를 구성해 상장 차익 환수 규모, 공익재단 설립 등의 활용방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할 계획이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은 상장차익을 통해 조성된 공익기금을 자본시장 발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 사례가 있다"면서 "더불어 금융당국은 상장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을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거 투입하는 방안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회사의 주주로서 상장 이익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이라면서 "상장 이익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조성하는 기금은 별도의 문제다. 이를 하나로 연계해 접근하는 방식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거래소노조도 성명을 통해 "거래소 통합 이후 정부의 강압으로 65%에 가까운 수수료 인하를 단행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독점 이윤이 남아 있는지 조차 불명확하다"고 반발했다.

◆ 시장감시 등 자율규제기능 재조정 필요…구색 맞추기 지적도

금융위는 한국거래소의 공적역할인 시장감시 기능은 별도로 분리된 비영리법인(시장감시법인)에 위탁해 운용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여전히 '구색 맞추기' 논란이 뜨겁다.

금융위는 위탁운용되는 거래소 내 시장감시법인의 공적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감시위원을 공적기관에서 추천하고, 시장감시위원장에 대한 금융위의 해임요구권, 시장감시규정 변경시 금융위 승인, 금융위의 감독 및 조치 권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방침에도 코스닥 시장 분리론에서 시작된 지주회사 형태의 '옥상옥' 거래소 체제에 대한 명분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공적 기능인 시장감시 기능을 독립적인 기관으로 운영하는 방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기존 거래소 체제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 시장감시 역할을 재편하는 것 자체가 결국 코스닥 시장 분리를 위해 짜여진 하나의 퍼즐같다"고 지적했다.

◆ 거래소지주회사법 담는 자본시장법 개정 연내 가능할까

금융위는 올해 안에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을 연내 개정해야 내년에 거래소지주의 상장 추진이 가능하기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거래소 구조 개편' 자체가 코스닥 시장 분리를 둘러쌓고 이어진 논쟁에서 제안된 결과물이란 사회적 인식이 강해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 보좌관은 "부산 지역구 새누리당 의원과 연대해 금융위의 추진 과제가 법안으로 발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거래소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고, 사회적 논쟁이 뜨거운 만큼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남 한경닷컴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