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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익재단 이사장 취임 후 첫 공식행사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제외한 삼성그룹 오너 일가족이 1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5회 호암상 시상 만찬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호암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이들이 함께 공식 자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난 1월 열린 삼성 신임임원 및 사장단 만찬 이후 처음이다.

오후 6시께 호텔에 도착한 이부진 사장은 밖으로 나와 가족들을 맞았다.

약 10분 후 벤츠 승용차가 도착, 이재용 부회장이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자 어머니인 홍 관장이 모습을 보였다.

이어 도착한 승용차에서 이서현 사장과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 내렸다.

세 모녀는 나란히 손을 잡고 로비로 들어섰다.

왼쪽 옆에는 이 부사장이, 뒤에는 김재열 사장이 자리했다.

이서현 사장과 이부진 사장은 검은색 원피스, 홍 관장은 플라워 프린트가 새겨진 화사한 코트 차림이었다.

이들은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잠시 포즈를 취한 뒤 별다른 언급없이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이 자리는 호암상 수상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건배하고 황수경 전 KBS아나운서가 진행을 맡는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짙은 회색 정장 차림의 이 부회장은 시상식 직전 로비가 아닌 별도 통로를 통해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행사장 로비를 통해 들어올 경우 정작 행사의 주인공인 수상자들에게 쏟아질 관심이 분산되고 행사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이 부회장은 무대 정면 첫 번째 열 가운데 자리에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과 나란히 앉아 시상식을 끝까지 지켜봤다.

시상이 진행될 때는 누구보다도 크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재단에서 시상식을 주최한 만큼 별도 인사말이나 수상자에 대한 격려사 등은 내놓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 산하 2개 공익재단의 이사장 자리에 오른 이후 참석한 첫 공식행사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이사장 취임 이후 지난달 21일 어머니인 홍 관장과 함께 잠실야구장을 찾은 모습이 포착됐으나 공식석상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호암상 시상식은 그동안 이건희 회장이 직접 챙겨온 행사다.

이 회장 대신 이 부회장이 시상식장을 직접 찾았다는 점에서 그룹 안팎에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2013년까지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지난해부터 불참했다.

지난해 시상식에는 이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 오너 일가는 물론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도 참석하지 않았다.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 부회장이 '할아버지의 뜻을 기려 아버지가 제정한' 호암상 시상식을 찾았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를 알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참석으로 지난해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던 시상식도 활기를 찾았다.

최지성 부회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 그룹 및 계열사 수뇌부는 물론 임직원 수십여명이 행사장을 메워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의 참석 소식이 미리 알려지면서 이날 행사장에는 방송 카메라를 비롯해 취재진 100여명 이상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호암아트홀 입구부터 수십 미터 길이로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행사 참석자들이 들어올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행사장 내에서도 이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김연숙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