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해 7월 도입한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에 대한 실효성과 위헌 논란이 커지고 있다. FATCA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2010년 도입한 역외탈세 방지법 가운데 하나로, 세계 금융회사들이 미국 납세자가 보유한 계좌 정보를 미 국세청(IRS)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를 어기는 금융회사에 대해선 미국 내 소득의 30%를 원천징수하는 불이익을 준다.

3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이 이달 초 FATCA 폐지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법 시행 후 미국인의 국적 포기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원래 의도했던 세수 증가 효과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납세자 단체는 오는 5월 이 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준비하고 있다.

WSJ는 법 시행을 전후해 지난해에만 미국 국외거주자 중 3415명이 영주권과 시민권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연평균 482명이 포기한 것의 7배에 달한다.

또 미 국외 거주자들은 해외 금융회사에 보유 중인 계좌의 17%를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미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계좌를 운영하던 국외 거주자가 미납세금과 과태료, 형사처벌을 두려워해 아예 국적을 포기하거나, 계좌를 해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켄트대가 지난 2월 설문조사한 결과 국외 거주자들의 31%가 FATCA 부담 때문에 국적 포기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켄트대 조사팀은 “국외 거주자는 엄청난 제출서류 부담과 과태료, 계좌 보유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정부가 얻는 실익도 적다고 지적했다. 미 국세청이 법 시행을 위해 800여명의 직원을 새로 고용했지만 늘어나는 세수는 연간 8억7000만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실제로는 이에 훨씬 못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 의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강조하며 폐지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또 해외거주 납세자로 구성된 소송단은 다음달 미 법원에 FATCA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준비 중이다. 소송단은 FATCA가 미 헌법 4조가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와 헌법 8조가 보장하는 과도한 벌금에 대한 보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WSJ는 “소송단이 오바마 정부가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는 집단을 괴롭게 할 목적으로 법을 시행하고 있다고 믿는 것도 법 저항 움직임의 배경이 된다”고 덧붙였다.

■ FATCA(해외금융계좌 신고법)

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미국 국세청(IRS)이 해외 금융회사로부터 미국 납세자가 보유한 5만달러 이상 계좌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법률. 한국과 일본 등 총 26개국과 협약을 맺었으며,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뿐 아니라 주재원, 유학생도 적용 대상이다. 법 적용을 받는 사람은 750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