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이 많을수록 사외이사 재직년수가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외이사는 기업 외부의 비상근이사로, 대주주와 연관이 없는 외부인사다. 이들은 해당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해 대주주의 독단경영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24일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주요 상장사 400곳의 주주총회에 올라온 주요 의안을 분석해 본 결과,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곳일수록 사외이사의 재직년수가 기준(10년)을 뛰어넘어 최소 13년 이상에서 최대 18년에 달했다.

또 사외이사 반대 권고 의견(46건) 중에서도 재직년수 기준을 초과한 사외이사 수는 47%(22건)를 웃돌았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경우 사외이사의 재직년수가 18년으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길었다. 이 회사의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은 약 74%다. 한라비스테온공조(대주주 지분 70.0%)의 경우 13~15년, 세아베스틸(65.9%)은 16년, 일신방직(51.0%) 13년, E1(45.3%) 16년 등으로 나타났다.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은 "사외이사의 장기간 재직이 현 경영권을 적절히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 본연의 기능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주주활동의 대표적인 행동인 '주주제안'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의안이 상정된 기업은 1728곳(일부 회생절차 진행 기업과 주주총회 결의 예정 외국법인 제외) 가운데 25곳(1.4%)에 불과했다.

특히 주주제안 원안 승인은 단 1곳(KSS해운, 3월20일 기준)뿐. 이에 대해 연구소는 주주제안 제도의 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대신연구소는 "상법상 주주는 주주총회 6주 전에 주주제안을 해야 하는데 회사는 주주총회 안건 공고를 주총 개최 2주일 전에만 하면 된다"면서 "주주는 무슨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주제안을 해야 하는 불합리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배당총액은 지난 해에 비해 34.2%가 증가해 당기순이익 증가폭인 5.9%를 눈에 띄게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주주환원 의식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호준 지배구조연구실장은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자체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합리적인 의결권행사를 시도하고 있어 이와 같은 움직임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