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發 안산의 개벽] 연구인력 2000명·벤처 200개…800명 분교서 첨단 클러스터로
지난 13일 찾은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강의실 등 학교 건물로 빽빽한 다른 대학들과는 달랐다. 서울대 관악캠퍼스(140만㎡)와 맞먹는 이 학교 부지(131만㎡) 4분의 1(33만㎡)은 국책 연구기관, 대기업 연구소 등이 들어선 산·학·연 클러스터다. 클러스터 내 공동장비센터에는 온습도환경챔버 열충격챔버 피로시험기 등 대당 수억~수십억원에 이르는 시험 장비 57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장비를 이용하려는 기업인들이 이곳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가 국책 연구기관, 대기업 연구소, 200여개의 벤처기업, 200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 인력이 함께하는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해 지역 경제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반월공단의 침체로 위기를 맞은 안산 제조업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지역사회 기대도 한몸에 받고 있다.

분교 뛰어넘은 산·학·연 클러스터

[한양대發 안산의 개벽] 연구인력 2000명·벤처 200개…800명 분교서 첨단 클러스터로
에리카캠퍼스의 등장은 정부의 반월공단 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70년대 중반 정부는 안산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면서 한양대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과 중심 대학의 설립을 요청했다. 1980년 기계·전자·전기공학 등 3개 전공 학생 800명의 ‘한양대 반월분교’로 시작한 이 학교는 현재 8개 단과대학(42개 전공)에 학부생만 1만3000여명에 이르는 종합대학으로 발전했다.

1995년 기업지원시설인 안산테크노파크(현 경기테크노파크) 유치가 발전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한양대는 안산에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세우고 학교 부지를 무상으로 내놓았다. 2002년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LG이노텍R&D캠퍼스 등 국책 연구기관과 대기업 연구소가 차례로 교내에 입주했다. 학교 측은 이들 기관과 산학협력 협정을 맺고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산·학·연 클러스터로 발전시켰다. 2009년엔 아예 대학 명칭을 에리카(ERICA·Education-Research-Industry Cluster at Ansan) 캠퍼스로 변경하며 서울 본교와 차별화된 브랜드를 갖게 됐다.
[한양대發 안산의 개벽] 연구인력 2000명·벤처 200개…800명 분교서 첨단 클러스터로
산학협력 가족회사만 1589곳

에리카캠퍼스가 여타 대학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산학협력이다. 산·학·연 클러스터 내 연구기관, 반월공단 등 인근 기업체와 기술개발 지원, 산업체 재직자 교육, 학생 현장실습, 공동장비센터 운영 등 다양한 산학협력을 하고 있다.

현재 에리카캠퍼스와 산학협력을 진행 중인 가족회사는 1589곳(안산 324곳)이다. 학교 측은 가족회사 종합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분야별로 산학협력협의회를 꾸렸다.

특히 에리카캠퍼스가 운영 중인 공동장비센터는 중소기업이 쉽게 갖추기 어렵고 비싼 시험 장비를 저렴한 이용료에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240개 기업이 5613건의 이용 실적을 기록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 이노칩테크놀로지의 강중근 전무는 “공동장비센터를 통해 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산학협력은 대학에도 취업률 제고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리카캠퍼스가 2004년 국내 최초로 시작한 인턴제 현장실습 이수자의 취업률은 지난해 이 대학 졸업생 평균 취업률인 54.1%보다 훨씬 높은 71.2%를 기록했다.

IT와 제조업 융합해 반월공단 혁신

에리카캠퍼스가 고급 연구인력과 기업을 끌어들이면서 안산의 첨단산업 중심지로 자리매김하자 안산시는 이들 기관을 아우르는 ‘안산사이언스밸리(ASV)’ 조성에 나섰다. 전자·정보통신, 메커트로닉스 등 첨단산업을 특화시켜 제조업 혁신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ASV는 반월공단(안산스마트허브)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안산 경제에 희망이 되고 있다.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중소제조업체가 밀집한 반월공단은 최근 중국 등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반월공단의 생산액은 전년 같은 달 대비 13.5% 하락(5731억원)했고, 고용 인원 또한 3.9%(6956명) 줄었다. 문미성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제조업의 허리 역할을 하던 반월공단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안산시는 안산사이언스밸리 구축이 반월공단의 혁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2011년 교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산업 간 융합 정책을 기획하고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가산업융합센터를 열었다. 이재성 한양대 에리카부총장은 “반월공단의 주물 등 ‘뿌리산업’ 혁신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3차원(3D)프린팅,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제조업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산=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