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사흘째 반등…美 시추설비 가동 건수 3년來 최저…油價전쟁, 사우디의 승리?
국제유가가 최근 2주일 새 19% 오르면서 유가가 바닥을 찍고 기조적인 상승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마침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 초과공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국제유가는 9일(현지시간)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이 배럴당 52.86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28일 배럴당 44.55달러를 찍은 후 19% 상승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3월 선물가격도 이날 배럴당 58.34달러에 마감하며 60달러에 다가섰다.

OPEC은 이날 발표한 월간 원유시장 보고서에서 올해 원유 수요를 하루 평균 2921만배럴로 전망해 당초보다 43만배럴 올렸다. 또 미국을 포함한 비(非)OPEC 산유국들의 하루 생산량은 지난달 전망치보다 42만배럴 적은 85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OPEC 산유국의 생산량 유지정책으로 인해 미국 셰일업체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업체부터 감산에 들어간 데 따른 영향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지난주 미국 내 원유시추설비 가동 건수는 1140건으로 고점인 지난해 10월 말의 1595건보다 30% 줄면서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OPEC이 미국 셰일업체와의 가격 전쟁에서 승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감산불가 결정이 성공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의 유가 흐름이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이날 고객투자 설명서에서 “상반기 WTI 가격이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미국의 생산량 증가와 비축량을 고려하면 지금 바닥을 논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이날 보고서에서 “내달 미국의 원유 생산이 2월보다 하루 평균 6만배럴 증가할 것”이라며 “증가율이 둔화되지만 생산량 자체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IA 관계자도 “미 셰일업계의 감산도 잠깐 숨을 고르는 정도이지 장기간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