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28개월 만에…무죄로 끝난 '사초(史草) 논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6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로 기소된 백 전 비서관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삭제했다는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회의록 초본의 경우 당연히 폐기돼야 할 대상인 만큼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논란의 시작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의원은 “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제가 책임질 것”이라고 강수를 뒀고, 민주당은 정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논란은 대선이 끝난 뒤에도 계속됐다. 2013년 6월 국가정보원에 보관된 회의록 발췌록을 열람한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NLL 포기 취지 발언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자, 문 의원은 회의록 공개를 제의하며 맞섰다. 국회는 결국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회의록 원본을 열람하기로 결정했으나 수차례 시도에도 회의록 원본은 찾을 수 없었다. 회의록 유출에서 시작된 논란이 ‘사초(史草) 실종’으로 비화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사초가 폐기나 은닉됐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그해 7월 노무현 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출국 금지하고 8월 경기 성남시의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사상 첫 압수수색을 벌였으나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 대신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복사해간 ‘봉하 이지원’에서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흔적과 완성본에 가까운 수정본을 발견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사초의 삭제’로 최종 결론 내리고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14개월에 걸친 논란 끝에 법원은 6일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