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정부가 세법을 또다시 고쳐 자녀세액공제 등을 확대해 올 연말정산에 소급 적용키로 한 데 대해 비판이 쏟아진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 정희수 위원장도 어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급 적용은 혜택을 주든, 불이익을 주든, 법치주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며 “형평성 시비로 더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제 전문가인 이용섭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조차 “건전한 납세의식, 법적 안정성 등 부정적인 효과를 감안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정도다.

백번 옳은 말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불이익이 아니라 혜택을 주는 소급 적용은 법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형평성 논란을 피할 길이 없다. 당정이 이번엔 자녀세액공제 확대, 자녀 출생·입양 세액공제 부활, 독신자 세액공제 확대를 소급 적용하겠다지만, 시행시기가 되면 다른 집단·계층에서도 혜택을 달라는 요구가 분출할 게 뻔하다. 결국 온갖 공제 항목을 새로 만들고 확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연말정산에 적용되는 각종 공제와 예외조항이 200개나 돼 세무사조차도 잘 모르는 실정이다. 세법이 누더기가 되고 법치는 무너진다.

국회는 2013년 245 대 6이란 압도적인 찬성으로 세법을 개정했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돼 연봉 5500만~7000만원은 세금이 평균 2만~3만원 늘고, 7000만원 이상은 누진적으로 더 많이 늘게 된다는 것을 여당과 야당 모두 몰랐을 리 없다. 더구나 연말정산에서 얼마를 환급하느냐는 문제는 세부담의 증가와는 관련도 없다. 정부는 2012년 간이세율표를 개정한 이후 매달 떼는 원천징수분을 줄여서 걷어왔다. ‘많이 걷고 많이 돌려주는’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꾸어 이미 2013년과 2014년 2년째 시행해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마치 몰랐던 일인 양, 세법을 고치고 소급 적용까지 하겠다며 야단법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제 와서 정부의 세수 추계가 잘못됐다느니, 서민증세 꼼수라느니 딴소리다. 포퓰리즘 정치, 무능 국회다. 포퓰리즘은 만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것이지만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