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추모식에 주말까지 음악회·마라톤 등 각종 행사
주민들도 기념관 방문·만델라 문신 행렬로 추모 열기


인권과 화해의 상징 넬슨 만델라(1918∼2013)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1주기 추모식이 5일(현지시간) 엄수됐다.

남아공 정부가 마련한 공식 추모행사 이외에도 주민들은 추모 열기 속에 만델라 기념관을 찾는 등 차분한 가운데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만델라의 정신을 기렸다.

◇1주기 추모식 엄수…전국서 기념행사 = 남아공 정부가 마련한 공식 추모식은 만델라 전 대통령 서거 1년이 되는 이날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 프리덤 파크 원형경기장에서 오전 10시에 열렸다.

추모식에 앞서 3분 7초간 남아공 전역에 종과 경적, 사이렌, 부부젤라(나팔)를 울리고 10시 정각부터 3분간 묵념을 했다.

총 6분 7초간 침묵함으로써 만델라가 인권운동에 헌신한 67년을 기리기 위함이다.

이날 추모식은 제이콥 주마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이라 시릴 라마포사 부통령이 인도했다.

만델라 미망인 그라샤 마셸여사는 옅은 분홍색 장미와 흰색 꽃이 섞인 커다란 화환을 만델라의 동상 앞에 놓으면서 "그는 우리에게 평화를 유산으로 남기고 떠났다. 몸은 죽었지만 정신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데스몬드 투투 명예대주교는 이날 기념식 성명에서 "마디바(만델라의 존칭)에 대한 우리의 의무는 그의 모범을 따라 그가 꿈꿔왔던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줄루족 전통복장을 하고 차로 6시간 거리인 콰줄루나탈에서 추모식에 참석했다는 흑인 여성 아비게일은 "만델라는 항상 미소 짓는,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위대한 사람"이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같은 시간 프리토리아 정부 청사 유니언빌딩 앞에서도 수백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경적과 부부젤라를 울린 뒤 묵념과 국가 제창 등 추모행사를 가졌다.

1주기를 맞아 주말까지 시 낭독회와 음악회, 자전거대회, 걷기대회, 마라톤 등 각종 기념행사가 이어진다.

크리켓과 럭비 국가대표팀은 '넬슨 만델라 유산 컵'으로 명명한 친선 크리켓 대회를 연다.

◇"그리운 만델라" 남아공 전역 추모 물결 = 남아공 각지에서는 시민들의 만델라 기념관 방문이 이어지는 등 추모 열기가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만델라가 투옥되기 전에 살았던 집을 개조해 만든 요하네스버그 인근 소웨토 지역의 만델라 하우스 박물관에는 시민들이 사진 등을 관람하며 고인을 추억했다.

남아공 북부지역에서 3시간 반을 운전해 박물관을 찾아왔다는 한 시민은 "만델라의 일부를 공유하며 가까이에 있는 것 같다"면서 "첫 방문인데 더 일찍 와볼 걸 그랬다"고 아쉬워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은 많이 오지만 만델라 사후 현지 방문객이 늘었다"고 전했다.

요하네스버그의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에서도 시민과 관광객들이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전시물을 둘러보며 감회에 젖었다.

프리토리아의 존더워터 교정시설에서는 재소자들이 만델라 1주기를 기념하며 빈민을 돕기 위해 코바늘로 밝은 색의 담요를 떴다.

담요 뜨기 행사는 올해 초 시작돼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국과 인도, 호주 등에도 퍼져 나갔다.

아예 몸에 만델라의 얼굴이나 명언을 문신으로 새기려는 젊은이들도 줄을 이었다.

등 한가운데에 만델라의 얼굴을 문신하러 왔다는 요하네스버그의 27세 청년은 "나와 영원히 함께할 기억이자 예술"이라며 "언젠가 나의 아이들에게 (문신의 의미를) 설명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케이프타운에서 문신 가게를 하는 크리스 드 빌리어스는 "요즘 들어 만델라 문신이 인기"라며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고 천천히 퍼져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토요일인 오는 13일 프리토리아에서는 유니언 빌딩을 비롯한 역사적 명소를 지나는 5㎞ 거리에서 넬슨 만델라 추모 걷기행사가 열린다.

◇ 만델라의 일생
1918년 남아공 동남부 음베조에서 마을 족장 아들로 태어난 만델라는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 정책에 맞서 '아프리카민족회의'(ANC. 현 집권당)를 이끌며 투쟁하다 투옥돼 무려 27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국내의 저항과 국제사회의 압력에 더는 아파르트헤이트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남아공 백인정권은 1990년 만델라를 석방하고 ANC도 합법조직으로 인정했다.

만델라는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마지막 백인 대통령인 F. W. 데 클레르크 대통령과 지난 1993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듬해인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민주선거를 통해 첫 흑인 대통령이 됐고, 이후 '진실화해위원회'를 출범시켜 청문회에서 잘못을 고백한 백인을 사면하는 등 흑인과 백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하는 용서와 화합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이른바 '무지개 국가'를 건설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퇴임 이후에도 남아공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아왔다.

고령으로 2011년 이래 입·퇴원을 반복해오던 만델라는 지난해 6월 지병인 폐 감염증이 재발, 병원에 입원했다가 9월 퇴원했으나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중 지난해 12월 5일 9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요하네스버그·서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백나리 기자 ryu625@yna.co.kr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