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주주 반대로 석달만에 무산 (종합)
[ 김민성 기자 ] 19일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ENG)과의 흡수 합병 계약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을만큼 컸던 탓이다. 지난 9월 1일 삼성그룹 내 대표적 건설·중공업 계열사인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한지 석달만에 계약을 원점으로 돌린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7일까지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합병에 반대하는 삼성엔지니어링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해 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7063억 원으로 당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인 4100억 원을 초과했다. 삼성중공업의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9236억원으로 한도인 9500억 원을 넘지 않았다.

특히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기관투자자의 주식매수청구가 합병 무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삼성중공업 지분 5.91%,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6.5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양사 합병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게다가 지난 17일 삼성중공업 종가가 2만5750원, 삼성엔지니어링은 6만800원으로 마감하면서 주식매수권 행사 가격을 하회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기명식 보통주는 2만7003원, 우선주는 2만8354원. 삼성엔지니어링은 기명식 보통주는 6만5439원이었다. 주식매수권 가격을 넘어설 경우 기관투자자가 매수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의 기대가 깨진 순간이었다.

손해를 감수할 수 없는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에 나서면서 엔지니어링 매수대금 한도액이 초과했다.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 양사도 이를 시장과 주주의 반대 의사로 받아들여 합병 무산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합병 재추진 가능성은 열어놨다. 삼성중공업 측은 "합병 명분이 사라진 건 아니다"며 "추후 시장 상황과 주주 의사를 고려해 합병이 재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연이은 실적 악화로 올 상반기 그룹 콘트롤타워 격인 미래전략실 등의 경영진단(감사)를 받은 뒤 지난 9월 1일자로 삼성엔지니어링과 흡수 합병을 발표했다. 감사 진행 때부터 삼성중공업이 그룹 사업 구조 개편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됐던 상황이었다.

당초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소멸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2020년까지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연 매출 40조원의 초일류 종합플랜트 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새 비전에 걸맞게 사명도 변경하는 등 다음 달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합병 비율은 1:2.3590390.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주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약 2.36주를 교부하는 방식이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