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TV를 보면서 화면에 메뉴 안내나 간단한 광고 등을 할 수 있는 삼성 스마트사이니지 TV를 지난 8월 출시했다.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전자간판)는 기업 고객이나 중소 자영업자를 겨냥한 B2B(기업 간 거래) 제품으로 삼성전자가 최근 힘을 쏟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TV를 보면서 화면에 메뉴 안내나 간단한 광고 등을 할 수 있는 삼성 스마트사이니지 TV를 지난 8월 출시했다.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전자간판)는 기업 고객이나 중소 자영업자를 겨냥한 B2B(기업 간 거래) 제품으로 삼성전자가 최근 힘을 쏟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 제공
'갤럭시 신화' 뒤이을 신사업 찾기…소프트웨어·사물인터넷 적극 개발
스마트폰으로 누렸던 호황 축제가 끝나가면서 삼성은 어느 때보다 신사업 발굴에 비상이 걸렸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지 못하면 단기적인 경영 위축이 문제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

삼성전자는 B2B(기업 간 거래),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IoT) 쪽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B2B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따라 부침이 심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와 달리, B2B 시장은 시작은 어렵지만 한번 뚫어놓으면 장기간 대량 거래가 가능해 매력이 크다.

삼성은 지난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쇼 IFA 2014에서 B2B 강화 전략에 본격적으로 발동을 걸었다. 이 자리에선 교육, 의료, 금융, 호텔, 유통, 물류·교통 6대 분야를 핵심으로 한 B2B 전략을 소개했다. 예컨대 교육 분야에선 전자 칠판, 금융 분야에선 환율, 주가, 금리 등을 보여주는 스마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호텔 분야에선 호텔 정보와 각종 콘텐츠를 담은 디지털 사이니지를 앞세워 기업 고객들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업 고객을 겨냥한 8인치 태블릿 PC인 갤럭시탭 액티브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 몰려 있는 유럽을 B2B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유럽 현지 17개 판매법인에 B2B 전담조직을 구축하고 전담 인력도 대폭 충원했다.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 제노아 해양박물관이 전시공간을 삼성의 터치 디스플레이로 바꿨고, 독일 파더보른대는 갤럭시노트, 갤럭시탭 등이 들어가는 디지털 도서관을 구축했다. 스페인 라카이샤은행은 갤럭시탭을 활용한 모바일 뱅킹을 도입했다.

소프트웨어도 삼성이 전략적으로 중시하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인텔 등과 함께 개발한 독자 운영체제(OS) 타이젠을 스마트워치에 속속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선 구글의 OS인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지만, 삼성이 선도히고 있는 스마트워치에선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독자 OS인 타이젠을 적용한 타이젠TV, 타이젠폰도 선보일 계획이다. 2011년 2만8000명 미만이던 사내 소프트웨어 인력(국내외 포함)을 지난해 4만500명 선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2년 만에 인력을 45%나 늘릴 만큼 소프트웨어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IoT는 미래 가전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점 전략을 세우고 있다. 스마트홈 브랜드를 통해 올 상반기 한국, 미국, 영국 등 11개국에 제품을 내놨고 올해 IFA에서도 전시장 정중앙을 스마트홈으로 채웠다.

삼성의 올해 인수합병(M&A)도 이런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최근 미국 공조제품 전문 유통업체인 콰이어트사이드 인수나 캐나다 모바일 프린팅 업체 프린터온 인수는 B2B 강화, 미국 스마트싱스 인수는 스마트홈 강화 차원이다.

다른 계열사들도 과도한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성장 동력 찾기에 매달리고 있다. 삼성SDI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형 2차전지와 대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현재 BMW, 크라이슬러에 납품하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선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에 나섰다. ESS는 전기를 모아뒀다 필요할 때 꺼내쓰는 장치로, 최근 삼성SDI가 가장 공을 들이는 신사업 중 하나다. 최근 독일 발전소에 ESS를 공급한 데 이어 미국에도 상업용 ESS를 설치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