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이 본격화된 2006년부터 올해까지 66조5637억원이 투입됐다. 2006년 2조1445억원이던 관련 예산은 8년 만인 올해 14조8927억원으로 7배나 급증했다. 보건복지부가 국정감사를 위해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런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출생아 수는 오히려 거꾸로 갔다. 2006년 44만8200명에서 지난해 43만6500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런 저출산 통계는 처음도 아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지만 합계출산율도 제자리다. 2002년 1.17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10년 연속 OECD 회원국 중 제일 낮다. 어제는 세계 40개국 학자들의 공동연구에서 한국이 위험 수준의 초저출산 국가라는 경고도 있었다.

인구위기의 현실화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 아니면 진단과 처방에서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결혼관, 자녀에 대한 의식변화에 있을 것이다. 저성장으로 어려워진 취업, 양육비도 문제일 것이다. 미래부담과 기회비용 등을 따져보면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기피를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장기 저성장 사회에서 나타나는 이 기류가 예산투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게 됐다.

저출산 대책은 일단 아이를 생산할 여성에게 집중돼야 한다. 예컨대 커리어여성과 주부 중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차라리 주부에게 지원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는 여론부터가 거꾸로였다. 성과도 없는 대책에 예산을 퍼부어댈 수는 없다.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 대책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당장 저출산을 전면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쪼그라드는 인구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저출산 정책에 근본적인 리뷰가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