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株 '기름밥' 먹기 힘드네
정유주가 좀처럼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정유주들은 하락을 거듭하며 최근 1년래 신저가를 연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셰일가스 생산과 중국의 관련 수출 증가라는 변수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예상치를 벗어나면서 유가 변동 주기도 예전과 달리 불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2일 정유업종 대표주인 SK이노베이션은 1.96% 떨어진 7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서만 47% 하락했다. 지난해 말 13조원의 시가총액으로 유가증권시장 16위였지만 10개월 만에 6조원이 증발했다. 시총 순위도 38위로 밀려났다.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GS는 2.24%, 에쓰오일도 4.31% 떨어졌다. 특히 에쓰오일은 장중 3만9850원까지 추락했다. 주가가 4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4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한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7월과 8월 정제마진 하락으로 3분기 정유사들의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며 “8월 이후도 중국과 유럽 경제지표 부진으로 경기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석유 수요는 감소하는데 공급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이다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정유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던 중국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증설로 자급률을 높였고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로 원유가격이 싸졌다”며 “등락을 반복하던 가격 주기가 사라지면서 유가는 장기적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란과 이라크, 리비아 원유증산 계획과 더불어 자동차 연비 개선 및 대체 연료 확산도 악재로 꼽힌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은 실적 악화로 배당 매력이 약화되고 SK이노베이션은 사업 재편 등의 여부에 따라 향후 주가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