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뢰 얻어야 국익 도움"
“법원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해치는 일이었다고 보여 안타깝다.”

25일 취임 3년을 맞는 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이 지난 21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한 김동진 부장판사(25기)에 대해 밝힌 소회다. 그는 “과거에도 법원의 방향성이나 행정 정책 등 큰 틀에 대한 내부 비판은 있었다”면서도 “이번 경우처럼 다른 판사의 판결을 직접 비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법원이 판결을 통해 사회갈등을 정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새로운 갈등을 유발시킨다는 얘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판사들도 각자 이념이나 생각이 다르지만 순수성이나 진정성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양 대법원장은 “우리 법원은 어떤 음흉한 목적을 가지고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진정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열정으로 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사법부가 그런 대로 믿을 만하다고 인식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아일랜드 대법원은 1년에 다 합쳐야 700건 처리하지만 우리는 3만건 이상일 정도로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 그는 “상고법원이 생기면 헌법재판소를 흡수한다든가, 대법원이 헌재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바깥에서는 있는 것 같더라”며 관련 소문을 일축했다.

‘50대 서울대 남성 판사 출신이 많다’는 대법원 구성에 대해 그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 9명 가운데 7명이 하버드를 나오고 2명이 예일을 나왔지만 신조나 성향이 모두 다르다”고 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