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한 상가 임차권 권리금 보호 대책에 대해 건물주뿐만 아니라 상가 세입자들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건물주들은 자신 소유 건물에 신규 세입자가 들어올 때 기존 세입자의 입김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세입자들은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 서울 4억원) 초과 상가에 대한 월세를 규제하는 내용이 빠져 있어 크게 올라가는 월세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건물주는 지금까지 자신의 건물에 입주할 업종과 세입자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종전 임차인이 소개한 새 세입자를 받아들여야 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자신만의 임차인 선정 기준을 두고 있는 건물주도 적지 않은데 앞으로는 이런 자율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환산보증금 규모가 커 상가임대차보호법 테두리 밖에 있는 홍대·강남 등 주요 상권 세입자들도 이번 대책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이 4억원이 넘으면 월세 인상률 상한선(보증금 연 9%)을 보장받지 못해 건물주가 월세를 더 올려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5년간 임대차 계약이 보장된다 해도 높은 월세 부담 때문에 임차인이 스스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건물주와 상가 세입자 간 분쟁이 생겼을 때 분쟁조정위원회나 법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법원의 임대료 조정명령도 권고사항이어서 한쪽이 거부하면 정식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2년 상가임대차 보호법을 도입할 당시 상가 월세가 뛰었던 것처럼 임대료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권리금 규모가 투명하게 드러나면 상권이 좋은 지역의 건물주는 임대료 상승에 대한 유혹이 커질 것”이라며 “건물주 입장에서 보면 5년 동안 임대료를 쉽게 올릴 수 없기 때문에 5년치 임대료 상승분을 한꺼번에 미리 올리려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2002년 법 도입 당시 서울의 임대료 상승률은 연 0.29%에 불과했다”며 “상권이 안 좋은 지역은 반대로 임차인이 나갈까 전전긍긍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실제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닥권리금,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 등 다양한 성격의 권리금을 정부가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