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산의 50%가량이 예금 등으로 관리돼 ‘노후 자금’이 초저금리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가운데 연금(보험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기준 28.9%였다. 1년 전보다 1.5%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방 써버리기 쉬운 현금과 예금이 가장 많은 45.5%를 차지했다. 반면 호주 가계의 연금 비중은 57.7%, 영국은 56.3%에 달했다.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48.5%”라며 “이는 연금자산이 적은 것과 관계가 깊다”고 말했다.

연금의 대부분을 예금과 같은 원금보장형으로 굴리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호주에선 연금자산 중 62.8%, 영국은 43.9%를 주식이나 펀드로 운용하고 있다. 크리스 셀비 도이치뱅크 호주법인 자산관리부문 대표는 “주식이나 채권에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예금 이자보다 몇 배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시드니=황정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