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양쪽서 포화 맞는 동반성장위
“대기업들의 요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에 슬그머니 반영됐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직무유기한 것 아니냐.”(도소매적합업종 추진협의회 중소상인 관계자)

“유통 조선 건설 등 불황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꼴찌를 할 수밖에 없다. 동반성장위가 대기업을 주무르고 싶어 한다.”(유통대기업 임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표방하는 동반성장위원위가 양쪽서 비판을 받고 있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이 중기 적합업종을 강제로 시행하기보다는 자율 합의를 우선 추진하고, 적합업종 법제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자 중소기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적합업종 77개 품목의 재지정 문제를 놓고 대기업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기를 보호하려면 적합업종을 지금보다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대기업들과 자율 합의하라고 동반위가 얘기하면 협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중기인들은 주장했다. 적합업종 재지정을 신청한 중소협동조합 관계자는 “같은 제품이라도 대기업 상표를 달면 비싸도 잘 팔린다”며 “적합업종 제도가 지속될 수 있을지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불만이 많다. 동반위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인 동반성장지수 산정 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동반성장지수는 업종과 기업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은 반쪽짜리 평가”라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동반성장지수는 ‘기업의 현실과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85.7%), ‘중소기업의 자생력 강화 노력을 측정할 장치가 없다’(78.6%)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동반위는 24일 동반성장지수 관련 실무회의를 열고 제도 개편안을 논의했다. 조사 업종을 현재 5개에서 8개로 세분화하고 제조업도 이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 3차 협력업체들까지 동반성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조사를 현실적으로 바꾸고 평가 방식에도 손을 댈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 중소기업 사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동조사를 한 뒤 사실에 근거를 두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