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 악재와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하락에도 코스피지수가 사흘 만에 반등했다. 코스피지수를 쥐락펴락하던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실적 부진이라는 돌부리에 걸려 비틀거리고 있지만, 시장 전체로는 투자할 만한 종목이 많다는 분석이다. 부진한 ‘전(電)·차(車)군단’을 걷어내면 올해 기업의 추정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스권 하단에서의 ‘맷집’은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스피는 건재했다…삼성전자·현대차 빼고
○ ‘투톱’ 제외하면 선방

코스피지수는 24일 6.73포인트(0.33%) 오른 2035.64로 마감됐다.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공습과 그에 따른 뉴욕 증시 하락, 계속되는 외국인 매도 공세 등의 악재가 잇따랐지만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 방향을 돌려놨다. 외국인은 이날도 252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이보다 많은 12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115만원으로 1만1000원(0.95%)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낙폭을 제외하면 코스피지수는 사실상 이날 0.6%가량 오른 셈이다. 삼성전자의 부진에 따른 ‘착시효과’는 지난달 이후 심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0.3% 하락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오히려 0.6% 올랐다. 이달 역시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지수의 하락률은 -1.2%로 실제 하락폭(-1.6%)보다 작다. 여기에 현대차를 더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한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57% 올랐고, 이달엔 0.3% 떨어지는 데 그치고 있다.

장재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올 들어 각각 16%, 18% 미끄러졌지만 코스피지수는 연간 기준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그만큼 다른 종목들의 주가 흐름이 양호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SK하이닉스(4.0%) 한국전력(4.7%) 삼성생명(1.8%) 등이 크게 올랐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들어 통신 유틸리티 소비재 등에 대한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빈자리가 채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電·車 빼면 영업이익 22% 늘어”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시가총액 비중은 작년 24%에서 17.6%로 떨어졌다. 2011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이사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제외하면 3분기부터 건설 금융 등을 중심으로 기업이익의 턴어라운드가 확인될 것”이라면서 “어닝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실적 호전주를 중심으로 주가 오름세가 강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은 22조1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날 전망이다.

김 팀장은 “여타 업종의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고 전·차군단의 이익 추정치가 회복되면 내년엔 올해보다 더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전체 기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주가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대장주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한 코스피지수 역시 박스권을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강지연/이고운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