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호·김매자 등 춤꾼 7명 참여…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몸짓'
“팔은 시냇물처럼 아주 유연하게 왔다 갔다, 셋넷.”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의 예악당 안 연습실은 국립국악원 무용단원들의 땀 냄새로 가득했다. 무용단은 25, 26일 무용단 정기공연 ‘사제동행’을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이날 한명옥 무용단 예술감독(57)과 43명의 단원은 손끝 하나까지 신경 쓰며 공연 막바지 연습 중이었다.

이번 무대에선 몸짓뿐 아니라 철학과 혼까지 이어받아야 하는 전통무용의 특별한 전승 방식을 무용극 형식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막이 열리면 설장구 춤(사진)을 추는 제자가 등장한다. 이어 스승은 직접 궁중무용 학연화대무, 승무, 동래학춤, 살풀이춤, 장한가 등 전통무용을 보여주며 춤꾼으로서의 자세와 의미를 전달한다. 대화를 주고받는 무용극 형식이어서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이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느린 살풀이장단으로 시작했던 음악이 자진모리장단으로 바뀌자 살풀이춤을 추는 단원 7명의 표정과 손짓도 달라졌다. 한 감독은 “이제부턴 반전이야. 슬픔을 넘어선 기쁨을 표현해야지”라고 말하며 극한의 슬픔이 지나간 뒤의 평온함을 표현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무대에서 살풀이춤 독무를 추는 최병재 씨(47)는 한 감독의 실제 제자이기도 하다. 최씨가 부산대 무용학과에 재학 중이던 시절 처음 사제 간으로 인연을 맺었고, 한 감독이 2012년 무용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해 감독과 단원의 인연이 된 것. 최씨는 “감독님이 강조하신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멋과 맛을 잘 표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한 감독을 비롯, 전통무용계의 손꼽히는 스승인 이흥구, 김매자, 국수호, 이성훈, 박은하, 지난 7월 타계한 정재만 선생까지 이 시대의 명무 7명이 지난 6~8개월간 무대를 지도했다. 박은하, 국수호, 이성훈 명무가 특별출연한다. 1만~3만원. (02)580-3300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