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들이 미국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제약 전문업체 머크는 미국의 생명과학회사 시그마 알드리치를 170억달러(약 17조60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멘스가 미국의 유전설비 제조기업 ‘드레서-랜드’를 76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카를 루트비히 클레이 머크 회장은 “이번 인수로 미국 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제약 생산과 연구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 기업의 미국 기업에 대한 ‘광풍’에 가까운 인수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수합병(M&A) 열풍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ZF프리드리히스하펜은 지난주 경쟁사인 미국 TRW오토모티브 홀딩스를 인수해 세계 2위 자동차부품 회사로 뛰어올랐다. 독일 소프트웨어제조업체 SAP는 미국 콘커테크놀로지스를 83억달러에 인수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독일 기업이 미국 기업 인수에 들인 돈은 700억달러에 달한다. 20년 만의 최고치다.

WSJ는 독일 기업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M&A가 적극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는 회복세에 접어들고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어서다. 셰일가스 등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싸고, 이자율이 낮아 자금 조달이 쉬운 것도 미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로 꼽힌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