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부상하는 위안貨, 투자리스크 다변화 기대한다
20세기가 미국 달러화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두 통화의 영향력이 모두 부각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기울면서 달러화는 처음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향후 15년 이내에 달러화가 제2의 글로벌 기축 통화에 자리를 양보해야 할 것이라는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거의 지난 한세기 동안 지속된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 체제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임을 암시한다.

달러화는 여전히 유일하고 현실적인 안전 통화의 입지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는 달러화 단일 체제를 바꿔 줄 대체 통화에 대한 갈망이 상존한다. 이들의 우려는 달러화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위안화의 부상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의 위안화 결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위안화 예금 규모는 2012년 말 기준 1750억원에서 현재 11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8월 중국교통은행 한국 지점이 한국 내 위안화 청산은행으로 지정되고 중국인민은행이 한국에 800억위안 규모의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위안화의 부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3단계 과정, 즉 위안화 무역 결제 확대, 위안화 투자 확대 그리고 기축 통화로서 위안화 발전 계획을 수립했고 이후 5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현재 위안화는 두 번째로 큰 무역금융통화로, 중국 총무역결제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역외 위안화표시 채권 규모는 50% 성장했다. 호주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은 위안화를 보유 통화로 추가했다. 그러나 이런 수치들은 보다 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아직 위안화가 글로벌 무역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역외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의 0.1% 정도다.

달러화가 글로벌 기축 통화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달러화에 대한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국제화 계획을 얼마나 잘 관리해 나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이와 별도로 위안화가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당국은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은 재정 정책에 대한 일관성 있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직은 투자 관련 분쟁에서 중국 법률 제도가 충분히 검증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제 포트폴리오 및 채권 투자자들이 특별히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요소는 전혀 없다.

환율 리스크 헤지 및 유동성 관리를 위해 중앙은행들이 최대 무역 상대국의 통화를 보유하는 것은 합당하다. 통계 수치가 제공되는 가장 최근 연도인 2012년 기준 중국은 124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미국이 최대 무역 상대국인 국가는 76개국에 그쳤다.

두 번째 글로벌 기축통화의 등장은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국제 금융 구조에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다변화를 가능하게 해 줄 혁명과 함께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충격을 더 잘 감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변환점에 와 있다.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마틴 트리코드 < HSBC한국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