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경기둔화세가 예사롭지 않음을 새삼 실감케 된다. 2분기 실질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0.5%에 그쳐 1년9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명목GDP 증가율이 마이너스(-0.4%)로 돌아선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명목GDP가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2.2% 이후 5년6개월 만이다.

명목GDP 감소는 환율하락 영향이 컸다. 2분기 원화강세로 GDP 디플레이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출입 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탓이다. 원화로 환산한 수출 가격이 대폭 줄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얘기다. 수출입 물가 하락 덕분에 실질 GDP는 소폭 늘어났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한 민간소비 감소(-0.3%)는 예상대로였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하반기다. 2기 경제팀이 들어서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한은이 기준금리도 내렸지만 경기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6월 2.2%로 회복 조짐을 보이던 산업생산증가율이 7월에는 0.2%로 크게 둔화된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KDI가 어제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소비 및 설비투자 증가율이 여전히 낮고 건설투자도 부진해 경제 회복세가 미약한 수준”이라고 밝힌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기업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84.5%가 올 하반기에 일시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하는 ‘소프트패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수출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환율이 하락추세인 데다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수출이 7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유럽과 일본 경기도 부진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도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온 나라가 합심해 경제살리기에 매달려도 모자랄 판이다. 어쩌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재깍재깍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회는 세월호에 발목이 잡혀 나라경제까지 동반 침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