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농심 사장 "백두산에서 담아온 생수 '백산수'가 농심 새 성장동력…앞으로 '물의 신화' 만들겠다"
“농심이 지난 50년 동안 라면의 역사를 써 왔다면 앞으로는 ‘물의 신화’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박준 농심 사장(사진)은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수 브랜드 ‘백산수’가 농심의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세 요소는 수원지 수질 수량”이라며 “백산수는 이 세 요소를 모두 갖춘 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신라면의 국내외 매출이 연간 7000억원 수준인데 향후 백산수에 대한 설비투자가 마무리되면 연간 80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그간 성과를 평가하신다면.

“후발 업체로 출발해 업계 정상에 올랐고 꾸준히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지난 50년간 농심은 끊임없이 신제품을 선보였고 새 기술과 공법도 개발했습니다.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새우깡 같은 제품이 대표적인 결과물입니다. 신라면은 해외 9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어 한국의 맛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8년 만에 신라면을 리뉴얼했습니다.

“변위불변(變爲不變)라는 말이 있습니다. ‘변하지 않기 위해서 변한다’라는 의미입니다. 최고의 제품이란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해야죠. 신라면의 근본은 유지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기호의 변화, 제조기술의 진보, 사회적 트렌드 변화 등에 맞춰 제품을 개선해 최고의 맛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면발의 쫄깃함과 신라면 고유의 풍미가 더 좋아졌다는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辛’ 로고를 부각시킨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더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내 시장은 정체상태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시장이 정체됐다는 분석은 1970년대 말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농심이 새로운 기술력으로 라면에 혁신을 가져오면서 시장이 살아났습니다. 이런 역사를 배경으로 농심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라면 부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냉면, 쌀국수, 튀기지 않은 면 등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면서 면류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해외 부문은 어떻습니까.

“신라면을 사 가는 나라가 곧 100개국을 넘을 것입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고 성장률도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도 일본 라면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신라면이 현지 유통채널에 입점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해외시장 개척팀을 신설해 서아시아 지역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판매를 확대하고 호주 법인도 세울 계획입니다. 앞으로 해외 매출을 국내 매출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라면 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소개해 주신다면.

“가격 할인 등 판촉 경쟁에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신제품 개발로 전체 시장을 키워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간편함, 맛, 합리적인 가격 이 세 가지가 라면이 가진 기본 속성입니다. 농심은 라면의 이러한 속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건강을 고려한 제품과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라면시장을 이끌어 가고자 합니다.”

▷백산수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데요.
백산수 신공장 조감도
백산수 신공장 조감도
백산수 신공장 기공식
백산수 신공장 기공식
“백산수는 백두산 내두천에서 담아 온 생수입니다. 내두천은 백두산 천연원시림 보호구역 안에 있어 태고의 청정함을 유지하고 있고 미네랄이 풍부한 최고의 수원지입니다. 여기서 하루 2만t가량의 물이 자연적으로 용출되는데 이는 국내 전체 생수시장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먼저 백산수가 건강에 좋은 물이란 점을 적극 알리려 합니다. 내년 6월을 목표로 연간 2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백산수 제2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투자금액은 2000억원이며 향후엔 3000억원을 더 투자해 생산설비를 더 확장할 계획입니다.”

▷백산수 판매 전략은 어떻게 됩니까.

“생산량의 70% 정도는 중국시장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중국 생수시장은 약 15조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백산수와 같은 프리미엄 광천수에 대한 수요도 매년 늘고 있습니다. 동남아지역에 수출하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투자가 마무리되고 판매가 본궤도에 오르면 연간 8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글리오 등 커피사업은 어떻습니까.

“농심이 강글리오 커피로 기존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다기보다는 건강 커피시장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건강을 생각하면서 커피를 즐기는 기호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강글리오 커피는 이 같은 트렌드를 겨냥한 것입니다. 건강을 화두로 한 다양한 커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스낵 부문의 성장 전략은.

“1971년 새우깡을 필두로 꿀꽈배기 양파링 등 새로운 기술과 콘셉트로 트렌드를 이끌어 왔습니다. 기존 주력 브랜드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수미칩 등 생감자스낵 1위 탈환을 위해 기술, 품질, 마케팅 부문에 걸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농심 스낵의 강점을 강화하면서 계층별로 선호하는 맛, 원료, 스타일, 건강 등을 고려한 신제품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주가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라면시장의 경쟁격화와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로 인해 최근 주가가 낮아진 상황입니다. 농심은 주력 사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해외시장에서 성과 또한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주가는 곧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