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보신주의’를 강도높게 질타하면서 금융당국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7일 “대기업 또는 담보 위주 대출을 해주는 금융사의 관행 탓에 기업이나 시장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지적이 일리 있지만, 금융회사에 대출과 투자 확대를 요구할 명분이나 방안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정책금융에 기반한 기업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술금융 확대, 정책금융 지원 강화,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확대 등이 주요 검토사안이다.

우선 기술신용정보에 기반한 신용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담보가 없어도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초 올 하반기 기술신용정보를 활용한 금융권의 대출 건수를 7500건(의무활용 5800건 포함)으로 계획했는데, 이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간 금융회사들도 관련 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또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늘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창업과 성장을 돕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성장사다리펀드’(2조원 규모) 등을 기반으로 자금 지원 루트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우수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IP펀드 등을 대거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개념과 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금융권 보신주의’를 언급하면서 혼선을 부르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발언의 속뜻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만약 리스크 관리나 담보 심사 등을 강화하는 게 보신주의라면 앞으로 여신심사 체계를 바꿔 돈을 더 쉽게 빌려주라는 것인데,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