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에 '깨알지시'…日'잃어버린 20년' 답습 위기감 작용한듯
"규제해소 진행을 부처 성적표라 생각하라" 규제혁파 거듭 강조
"공공부문 풍덩풍덩 방만경영 안된다는 취지로 양심적 개혁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새로 출범한 2기 내각 경제팀에 경제활성화 및 민생경기 회복을 위한 각종 주문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무려 20여분간 이어진 모두발언을 통해 경제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깨알 지시'를 내놓은 것.
박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통해 짚은 분야는 규제혁파부터 안전산업 육성, 가계소득 증가, 미래소득 불확실성 해소, 경제체질 개선, 공공기관 혁신, 창조경제 추진전략 보완, 농업분야 발전전략 등으로 다양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주문에는 현 시점이 우리나라 경제의 재도약이냐 추락이냐를 가를 기로라는 절박한 상황 인식이 녹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각종 경제지표가 저성장과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등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큰 쪽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경기회복을 위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새 경제팀이 40조원을 투입해 내수활성화에 나선다는 취지의 각종 정책을 발표한 자리인 만큼 이들 정책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간절한 마음가짐이나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회의 내내 "악착같이 물고 늘어져야 한다", "이런 절실함을 갖고 과감하게 발상을 바꿔야 한다", "그런 각오로 달라붙어야 한다" 등 다소 격정적이면서 강한 어조로 새 경제팀을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지난 3월 자신이 주재한 규제개혁 끝장토론회에서 거론됐던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점을 콕 집어 지적하면서 "한국 시장만 보고 개발할 게 아니라 전세계 시장을 생각하고 개발을 해야 하고, 규제개혁을 하더라도 전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를 생각하고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돼서 우리 스스로 우스운 모습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들께서는 소관 부처의 규제 건의에 대한 실시간 진행 사항을 해당부처의 성적표라고 생각하고 최우선으로 관리해야겠다"고 덧붙였다.

규제 개혁이 기업의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고 결국 이것이 일자리 창출과 내수경제 회복의 지름길이 된다는 판단 아래 불합리한 규제 혁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공공부문 혁신에 대해서는 "취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개혁을 통해 부채 감축 등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도록 해야지, 핵심 취지를 놓치고 부채 감축만 하겠다고 하면 잘못하면 가지치기로 끝나거나 대증요법같이 되기 때문에 진짜 고질병은 고치지 못하고 조금 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은 살림이 힘들어 허리띠 졸라매는데 국민에 서비스 제공한다는 공공부문에서 풍덩풍덩 거리면서 방만경영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는 취지를 갖고 정말 양심적으로 개혁을 해야만 고질병을 고치고, 진짜 개혁이 되고 그 결과로 자연스레 부채 감축이 되고 구조조정이 되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그런 식의 개혁이 돼선 안되고 혼을 담은 그런 실천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 개혁이 번번이 실패한 원인이 공공부문 자체의 개혁 거부와 근본적인 체질 개선 대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강조해온 정부 탓이 큰 만큼 '대국민 서비스'라는 공공기관의 기본 존재 이유를 염두에 두고 개혁에 착수해달라는 언급이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새 경제팀에 "부처간 입장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해서 혼선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부총리께서 정책을 확실하게 조정해서 국민에게 책임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 정부 1기 경제팀에서 부처간 협업 부재나 칸막이 제거 실패로 인해 정책 개발이나 추진 과정에서 수차례 혼선을 야기한 만큼 새 경제팀은 확실한 팀워크를 발휘해 국민 신뢰를 우선 얻어야 한다는 점을 주문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