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복구 미흡…"비만 오면 무서워 아예 집 비워요"

제8호 태풍 '너구리'가 북상하면서 수해 위험지역을 점검하는 행정기관이 바빠졌다.

지난해 수해 시설 등을 대부분 복구하고 책임자를 지정하는 등 점차 다가오는 태풍과 본격적인 장마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철 수해를 겪은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일부 수해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산사태로 토사가 안방까지 덮친 참혹했던 기억에 장마철 집 안에 있기가 무섭기까지 하다.

강원도 춘천시 교동 일명 '대머리산' 일대는 상습 재해 위험지역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택가 중간에 10m 이상 높이로 솟은 대머리산 일대는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토사 피해가 우려된다.

2011년 '물폭탄'에 토사가 흘러내려 3층짜리 주택을 덮치기도 했다.

그 후로 3년이 지났지만 대머리산 일대 재해 예방시설은 여전히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지 10년이 훌쩍 넘은 강릉 안현동 해안로와 삼척 도계읍 흥정리 일명 '절골', 춘천 근화동 소양로2가, 양구 남면 가오작리 등도 붕괴나 침수 우려로 주민들은 비만 오면 불안하다.

강원도는 침수 위험 96곳, 붕괴 위험 88곳, 유실 위험 10곳, 고립 위험 8곳, 해일 위험 5곳 등 모두 220곳을 재해위험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155곳은 수해 방지 차원에서 정비가 이뤄졌으나 나머지 65곳은 미처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이들 지역에는 2천100여 가구 8천여 명의 주민이 거주해 태풍 피해 우려가 크다.

경기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산사태 피해를 본 가평의 한 주택은 1년째 비어 있다.

주인이 집을 돌보지 않아 참혹했던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집주인은 "언제 또 산이 무너질지 몰라 불안해서 잠을 못 잔다"며 "산사태 이후 아들네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올해 산사태 취약지역을 기존 833곳에서 913곳으로 80곳 확대했다.

관리대상도 8천675가구에서 46가구 추가했다.

이 중 일부는 주택 매몰 등 인명 피해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긴급 조치했다.

공사장 등 집중 관리지역 192곳은 담당부서를 정해 월 2회 이상 점검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1년 수해 이후 제대로 복구되지 않거나 위험요소가 사라지지 않은 곳도 많다.

파주 감악산 설마천은 '설마∼구읍간 도로 공사'가 몇 년째 중단돼 곳곳에 암반과 토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의정부 수락산과 남양주 화도읍 계곡에는 여전히 평상이 설치돼 있다.

집중호우 때 물길을 막아 범람으로 말미암은 각종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천시 내촌면도 산을 가르고 도로를 만들어 양쪽에 비탈면이 생겼고, 그 아래 상가와 주택 등이 있어 집중 호우 때 매몰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지역은 지난해 10월 제24호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서귀포시 하효항 호안 피복석 40m와 배후지 포장 300㎡가 유실돼 3천8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제주도는 9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하효항 피해복구 및 보강공사 계획을 세우고 지난 3월 공사에 착수, 올해 9월 준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공정률은 70%에 불과하다.

서귀포 외항 역시 2년 전 태풍 '볼라벤'이 강타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봤으나 복구작업은 더디게만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2015년 12월까지 이곳에 615억원을 투입하는 복구계획을 마련, 지난 3월 공사에 착수했지만 현재 공정률은 32%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워낙 커 구조물 안전진단과 복구공사를 위한 설계, 소방방재청 심의 등을 거치다 보니 착공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부산은 산복도로가 많은 중구, 사하구 등 도심 곳곳에 축대벽이 많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비가 많이 오면 붕괴 우려 등으로 늘 불안에 떨어야만 한다.

인천시는 올여름 침수 피해에 대비, 동별로 군·구별 담당자를 지정, 책임담당제를 시행하고 시 본청에는 현장기동 복구반을 편성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인명피해 우려 취약지역 700곳, 저수지 4천903곳, 재해 예·경보시설 1천699곳, 배수펌프장 74곳 등을 살피고 가동상태를 점검했다.

(김승범 강종구 심규석 이승형 이재현 이정훈 장영은 김도윤 김진방 김선호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