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성 기자 ] '안드로이드 천하'를 꿈꾸는 구글의 올해 전략이 공개됐다.

저가 스마트폰에서부터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TV, 노트북, 태블릿, 자동차 등 일상적으로 쓰이는 사물들을 안드로이드 생태계 내로 더 강력하게 통합하는 '야심'이었다.

구글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대회 'I/O(Inovation in the Open) 2014'에서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와 신규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사 첫 웨어러블 전용 운영체체(OS)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적용한 스마트워치 3종과 함께 헬스케어 플랫폼 '구글 핏(google fit)'을 공개했다.

100달러(약 11만원) 짜리 저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안드로이드 원(Android One)'도 선보였다.

스트리밍 방송 시장을 겨냥한 '안드로이드 TV'도 새로 선보였다. 최근 불 붙고 있는 자동차용 IT 플랫폼 시장을 겨냥, '안드로이드 오토'도 공개했다.

차세대 안드로이드 OS인 이른바 '롤리팝'의 윤곽도 내보였다. '안드로이드 L(이하 L)'로 명명된 이 플랫폼은 4.4 버전인 '킷캣'을 이을 5세대 OS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태블릿과 구글 노트북 '크롬북' 간 연동성을 극대화하는 다리 역할을 'L'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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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에게 구글 폰을…'안드로이드 원'
순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이 25일(현재시간) 'I/O' 키노트에서 '안드로이드 원'을 소개하고 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이 25일(현재시간) 'I/O' 키노트에서 '안드로이드 원'을 소개하고 있다.
"아직 신흥시장 스마트폰 사용자는 10%에 불과하다. 더욱이 새로 만들 필요가 없는 기능을 만드는데 제조사들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은 '구글 I/O 개발자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이어 100달러가 채 안되는 '안드로이드 원' 스마트폰을 소개했다.

이 제품은 인도 스마트폰 제조사 마이크로맥스가 개발했다. '안드로이드 원'은 스마트폰 제품명이라기 보다 값싼 보급형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개발도구다. 모바일 개발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 제조사가 손 쉽게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있도록 구글이 배급하는 레퍼런스 프로그램이다.

'안드로이드 원' 기반으로 만들어진 마이크로맥스 폰은 친숙한 안드로이드 사용자 경험(UX) 및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탑재했다. 4.5인치 화면에 SD카드 슬롯, 듀얼 심카드를 내장했고 FM라디오를 수신할 수 있다. 스마트폰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나 화면 해상도, 램, 카메라 성능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대 무기는 가격 경쟁력. 100달러가 안되는 값에 시판될 예정이다.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고가 스마트폰 구매 여력이 없는 신흥시장에 싼값으로 풀릴 예정이다.

올 가을 카본, 스파이스 등 인도 스마트폰 제조사도 '안드로이드 원'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외 중소 제조사들도 자유롭게 제조에 참여할 수 있다.

◆ 손목에도 안드로이드 세상…'구글 핏'과 결합
순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이 25일(현재시간) 'I/O' 키노트에서 삼성전자 '기어 라이브'와 LG전자 'G워치'를 소개하고 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이 25일(현재시간) 'I/O' 키노트에서 삼성전자 '기어 라이브'와 LG전자 'G워치'를 소개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웨어'를 처음 적용한 구글 스마트워치 3종도 공개됐다. LG전자가 만든 사각형 모양의 'G워치'와 모토로라 어빌리티가 만든 원형의 '모토 360'에 삼성전자가 만든 '기어 라이브'가 추가됐다.

이들 스마트워치는 '안드로이드 웨어' 레퍼런스 제품이다. 구글 레퍼런스폰 '넥서스' 시리즈처럼 '안드로이드 웨어' 초기 버전을 하드웨어에 실제 구현, 사용성과 흥행성을 점친다.

구글 음성인식 기반으로 작동한다. 스마트워치에 음성 명령을 내려 메시지에 답장하거나 전화를 걸 수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베이스를 자랑하는 구글 검색 기술을 통해 날씨, 뉴스, 지도 등 다양한 모바일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다른 핵심 기능은 헬스케어. 뛰거나 걷는 거리 및 속도를 실시간 측정해 알려주는 건강 관리 기능이다. 여기에 '구글 핏'으로 불리는 새로운 건강 관리 서비스와의 연동성을 극대화한다.

구글은 전세계 개발자들이 '구글 핏'을 통해 사용자 운동 및 건강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각종 운동 관련 앱을 '기어 핏'과 연동해 개발하면 사용자 정보가 구글 데이터베이스(DB) 속에 저장된다. 개발자들은 다시 '구글 핏'에 저장된 사용자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헬스케어 및 병·약국 의료 분야와 연동형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구글 핏'에 저장할 건강 정보 범위는 사용자가 결정할 수 있다.

애플도 최근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4'에서 전용 '헬스(Health)' 앱과 전용 앱 개발도구인 '헬스 키트(Health Kit)'도 선보였다. 이들 헬스 서비스 플랫폼 역시 올 10월 선보일 스마트워치 '아이워치'와 본격 연동될 전망이다. 구글이 애플, 삼성전자 등과 함께 헬스케어 서비스에 합류할 경우 관련 시장 규모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진화하는 안드로이드 TV…구글의 안방 공략
25일(현재시간) 구글 'I/O' 키노트에서 '안드로이드 TV'가 소개되고 있다.
25일(현재시간) 구글 'I/O' 키노트에서 '안드로이드 TV'가 소개되고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사용자 안방으로 더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 외에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대부분의 플랫폼을 안드로이드로 통합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팽창하고 있는 사물 인터넷(IoT) 시장의 주도권을 OS 통합으로 거머쥐기 위해서다.

'안드로이드 TV'는 2010년 공개했던 '구글 TV'에 '크롬 캐스트'로 선보였던 OTT(over the top) 기능을 융합한 차세대 서비스다. 스마트TV를 구동하고, 셋톱박스를 통해 콘텐츠를 선택, 구매한 뒤 고화질로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통합 TV 플랫폼인 셈이다.

TV에 내장된 전용 셋톱박스를 통해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영화나, 유튜브 동영상, 넷플릭스 등 영상 콘텐츠를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시청할 수 있다. 구글 음성 명령을 통해 채널과 콘텐츠를 찾고 메뉴를 이동할 수 있다.

비디오 게임 콘솔 기능도 지원한다. 스마트폰에서 즐기던 게임 화면을 더 넓은 TV로 옮긴 뒤 스마트폰을 리모콘으로 사용해 게임을 이어 할 수도 있다. 2010년 출시했던 '구글 TV'의 사용성과 스마트폰 연동성을 개선하고,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대거 추가한 셈이다.

애플, 로쿠, 아마존 등에 구글이 스트리밍 TV 시장 진검 승부를 예고한 것이다. 안드로이드 TV는 올 가을 일본 소니, 샤프, TP비전 등 제조사가 출시할 예정이다.

◆ "애플, '스마트카'도 한판 붙자"…안드로이드 오토
25일(현재시간) 구글 'I/O' 키노트에서 '안드로이드 오토'가 소개되고 있다.
25일(현재시간) 구글 'I/O' 키노트에서 '안드로이드 오토'가 소개되고 있다.
구글은 자동자 전용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오토'도 선보였다. 지난 1월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독일 아우디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구동되는 '구글 카'를 선보인지 6개월만에 상용화 단계 플랫폼을 공개한 것이다.

애플이 올초 공개한 '카플레이' 대항마 성격이다. 구글도 애플처럼 음성인식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카플레이처럼 안드로이드 오토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자동차와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도 유사하다. 핵심 기능 역시 '지도', '음악', '전화', '메시지' 등 크게 4가지다.

구글도 운전자가 손을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글은 여러 운전 행태 및 차량 내외·부 발생 소음을 고려해 음성 인식률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가장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달라"는 음성 명령을 내리면 스마트폰이 구글 상에서 검색한 신뢰도 높은 정보를 알려준다. 주유쇼 위치는 구글 지도 상에 표시된 뒤 네비게이션을 통해 안내된다.

음성인식은 차량 인터페시아로 시선을 돌리거나 손을 뻗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운전에 안전하다. 물론 대시 보드는 터치 스크린로도 만들어졌다. 다만 자동차 운전에 방해되는 게임, 영화 등 콘텐츠는 안드로이드 오토 구동 시 사용할 수 없다.

이미 구글은 지난 1월 '구글 카' 프로젝트를 협업할 '오픈 자동차 연맹(OAA)'을 발족한 바 있다. GM, 도요타, 혼다, 닛산, 미쓰비시 등 자동차 메이커와 파이오니아, 파나소닉 등 인포테인먼트 개발사 40여개가 참여했다.

애플은 하반기 현대차,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혼다, 재규어 등 6개사 신차에 탑재한 '카플레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BMW와 쉐보레, 포드, 기아, 랜드로버, 미쓰비시, 닛산, 토요타, PSA 푸조 시트로앵 등 내로라하는 제조사와도 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의 자동차 플랫폼은 스마트폰과 차량 오디오시스템을 단순 연결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 본격적 기술 융합을 시작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모바일 필수 기능을 운전 상황과 차량용 화면에 맞게 최적화해 스마트폰 종전 기능과도 차별화를 이뤘다.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카 혁명까지 촉발할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경제일간 월스트리저널은 "자동차 분야는 IT 소프트웨어 업체에 새로운 시험장이자 기회"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