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를 내전 위기로 내몬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은행털이와 강도, 인질 납치, 밀수 등 각종 범죄로 막대한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7일(현지시간) ISIL이 '마피아 전술'을 사용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미국의 테러 담당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ISIL도 초기에는 탈레반이나 수니파 민병대처럼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걸프 산유국의 자산가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조직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외부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

미국 관리들은 ISIL이 조직원 모집이나 무기 구매 등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어 걸프국의 자금이 시리아와 이라크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더라도 ISIL이 수년 동안 활동하는 데 필요한 자금조달을 막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ISIL의 자산은 대부분 은행털이와 강탈, 강도, 밀수 등 범죄행위를 통해서 조달한다"며 "외부 기부자들의 지원도 있지만, 자체 조달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FP는 서방 정보 당국들이 추정하는 ISIL의 자산 규모는 적게는 1억~2억 달러(약 1천20억~2천40억원)부터 5억 달러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특히 ISIL은 최근 장악한 모술과 키르쿠크, 탈아파르 등지에서 은행을 털고 이라크 정부군이 도망가면서 버린 장갑차와 무기, 탄약 등을 확보해 자산이 더욱 늘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5일 이라크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ISIL이 모술을 장악하기 전에 보유한 현금과 자산은 8억7천500만 달러였으며 모술에서 추가로 확보한 현금과 무기 등은 1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라크 정보당국이 최근 모술 인근의 ISIL 고위직 은신처를 습격해 확보한 자료를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과 함께 분석해서 추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AFP는 최근 미국 정보 당국이 의회에서 비공개로 보고한 자료에서 ISIL이 모술의 은행에서 4억 달러 이상 강탈한 것으로 추정됐다는 기사들은 과장된 것이라고 전했다.

ISIL의 자산 규모를 두고 다양한 추정이 있지만 ISIL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급진 세력임은 달라지지 않는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로는 ISIL은 시리아의 하사카와 유프라테스 유전지역을 장악했으며 탈아비야드의 정유공장 6곳에서 정제한 휘발유와 경유를 터키로 밀수출해 월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ISIL은 시리아에서 외국 언론인 등을 납치해 몸값을 챙겼으며 지난 11일에도 모술에서 터키인 화물차 운전사 31명을 인질로 잡아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