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4년 만의 노사정대화 물 건너가나
지난달 30일 이병균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원회를 찾았다. 김대환 노사정 위원장에게 건넨 봉투에는 “양대 노총 위원장과 노사정 위원장, 기획재정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하는 노사정 대표자회의 소집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공공부문 정상화에 한해’라는 대화 조건을 내걸기는 했지만, 노동계에서 대화를 먼저 제안한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만남이 성사된다면 노사정 위원장과 양대 노총 위원장이 마주 앉는 것은 4년7개월 만이다. 이들의 만남은 2009년 11월 ‘복수노조 허용·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 논의가 마지막이었다.

노동계의 대화 제의에 노사정위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노사정위는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 때 한국노총이 자리를 뜬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연초에는 노동계가 노사정위를 제쳐두고 정치권을 통해 노동현안들을 노사정소위로 보내면서 자존심을 구긴 터라 더욱 반겼다. 고용부도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적 대화는 환영’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참여 의사를 보였다. 대화 당사자 5명 중 4명이 참석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며칠 후 기재부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노사정위의 비공식적인 의사 타진에 ‘노동계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기재부는 지난 12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해당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개각과 맞물려 대화 개최 논의가 소강상태이지만 기재부의 강경한 입장에 노사정위는 머쓱해졌고, 노동계는 “노정대화 거부하고 ‘가짜 정상화’를 채찍질하고 있다”고 기재부를 비난하고 있다.

기재부의 ‘공공기관 운영 문제는 노사 간 단협사항’이라는 입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동계의 대화 요구가 내부 논란끝에 어렵게 나온 것이었고, 또 이를 계기로 공식적인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를 재가동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등 노동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일단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