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에 무릎 꿇은 소더비
270년 전통의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가 행동주의 투자자 대니얼 롭(사진)에게 결국 무릎을 꿇었다. 롭과 그가 지명하는 두 명에게 세 석의 이사회 의석을 주기로 합의한 것. 롭이 이끄는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지난해 소더비 지분 9.6%를 취득한 뒤 윌리엄 루프레흐트 최고경영자(CEO)의 사임 등을 주장해왔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더비는 기존에 12명이었던 이사 수를 15명으로 늘려 롭을 포함한 서드포인트 측 이사 세 명을 선임키로 했다. 그동안 회사 밖에서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하던 롭은 이제 내부에서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됐다.

양측은 또 서드포인트의 소더비 지분 보유 한도를 15%로 정했다. 소더비는 서드포인트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포이즌필 도입을 추진했고, 롭은 이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포이즌필이란 경영권 침해 시도가 생기면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신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날 합의는 주주총회가 예정된 6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표결에 부칠 경우 서드포인트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소더비 경영진이 고육지책으로 합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분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