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순항하고 있는
[시론] 창조경제 1년, 개방·공유가 키워드
가? 그 현주소와 미래전략에 대한 중간점검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여론 조사 결과, 국민 대부분이 인지는 하고 있으나 절반 정도는 아직도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현주소다. 특히 과거 혁신경제 등과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가 비전으로서의 방향은 동의하나, 피부에 와닿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제 이 문제를 총론과 각론으로 정리해 보기로 하자.

우선 총론의 문제를 보자. 한국 경제가 과거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혁신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기관에서 선도형 경제로서 창조경제에 대한 본질적 인식 부족이 첫번째 문제다. 심지어는 정부 일각에서 주장하는, ‘창조경제는 정의하면 창조경제가 아니다’는 궤변적 모호성으로는 국민 에너지 결집이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 ‘진실은 항상 단순하다’는 오컴의 면도날을 상기해 보자. 국가 비전이 모호하다면 이는 비전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창조경제는 융합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10년 전 융합이라 설명한 혁신경제의 데자뷔가 아닌가. 심지어 MB정부의 녹색경제도 융합이라 설명했다.

‘창조경제는 융합이 아니라 융합이 쉬워지는 것이다’라는 총론적 정의에서 창조경제의 실천 전략이 쉽게 도출된다. 융합이 쉬워지기 위해 연결을 가로막는 각종 울타리들을 걷어내야 한다. 바로 규제와 부처간 칸막이의 철폐다. 숱한 닫힌 마피아 조직들을 열린 조직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어서 융합으로 가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개방 플랫폼들이다. 아이디어 플랫폼, 개발 플랫폼, 자금 플랫폼, 시장 플랫폼 등이 창조성의 사업화를 촉진한다. 정부3.0이 가장 큰 개방 플랫폼이다. 수직 벽을 수평 바닥으로 바꾸는 개방과 공유가 바로 창조경제의 키워드인 것이다.

한국은 창조경제의 후발국이다. 그러나, 문화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영국식 창조경제를 넘어 모든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새로운 창조경제 2.0에 도전하는 국가다. 한국은 영국과 같이 특정 산업을 창조산업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모든 산업을 창조산업화하기 위해 창조성이 혁신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쉽게 만들어야 한다. 바로 메타기술과 혁신생태계와 시장 플랫폼의 구축이 한국의 3대 도전이다.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 보자. 1년 전 5·15 창조경제 대책 등을 보면 과거의 산업 진흥 정책과의 본원적 차별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 주도의 정책 입안과정을 바꾸지 않으면 창조경제 패러다임은 정착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지원보다는 규제 개혁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 올해 발표한 3개년 계획도 정부주도의 지원정책이다. 1차 벤처 붐을 만든 코스닥과 벤처기업특별법 등은 벤처기업협회 등 민간이 주도했음을 상기해 보자. 현재의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이 전 산업계가 아닌 전국경제인연합회 독주가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2차 벤처 붐을 위해 코스닥, 주식옵션 회계제도, 벤처인증제, 기술거래소 등의 보수화된 규제들부터 원상 복원해야 한다.

창조경제로 가는 대장정에는 교육과 문화의 뒷받침이 절대적이다. 정답위주의 과거지향적 교육을 문제중심의 미래지향적 교육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창조성은 결국 창조적 교육에서 발현되고 이는 토론과 질문중심의 교육을 의미한다. 유럽이 2006년 오슬로 선언을 통해 초·중·고교부터 기업가정신 교육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보라.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에 대한 지원’이다. 재도전이 봉쇄된 한국의 청년들이 ‘공시족’이 된 것은 청년들의 탓이 아니다. 창업자 연대보증을 제대로 개선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이민화 < KAIST 초빙교수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mhleesr@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