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잘 나간다”는 소릴 들을 경우 그 뜻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사실상 “인정할 수 없다”란 속뜻을 담고 있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그렇지만 최근 여성 그룹 ‘2ne 1’의 댄스곡 ‘내가 제일 잘 나가’로 귀에 익은 탓에 “잘 나간다”고 할 경우 이를 긍정적 시각으로 보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자신감 있어 보기 좋다” “멋지다”는 칭찬이란 해석이지요.

오늘 2014년 4월 21일, ‘잘 나간다’는 말이 이처럼 칭찬과 비난의 뜻으로 크게 엇갈린 실제 사례에 시선 집중입니다. 예컨대 미국 MLB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 선수는 ‘잘 나가서‘ 팬들로부터 말 그대로 “잘 나갔네”라고 칭찬 들었습니다.
/'잘 나가는' 추신수=TV 화면 캡처
/'잘 나가는' 추신수=TV 화면 캡처
추신수는 한국시간 이날 새벽 소속팀의 홈구장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서 1번 타자 좌익수로 출전해 ‘레인저스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추신수는 이 경기에서 네 차례 타석에 나와 안타를 치진 못했지만 볼넷 1개, 몸에 맞은 볼 1개, 희생 플라이 1개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4 시즌 추신수는 67타수 21안타로 타율에선 전날 보다 약간 떨어진 3할1푼3리가 됐습니다.

그는 안타 사정이 그러했지만 레인저스가 7년 1억3000만달러라는 거금을 투입해 신시내티에서 스카우트 해오며 부여한 특명 ‘잘 나가는 1번타자’ (론 워싱턴 감독은 추선수에 대해 “리드오프를 기대한다”고 언급)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평가입니다.

사사구로 2번이나 주자로 나가며 출루율을 4할2푼9리로 전날 보다 4리 정도 끌어올렸습니다. 루상에 매우 잘 나가 비싼 몸값을 단단히 하고 있는 셈입니다.

2014 시즌이 초반이긴 하지만 이날 현재 추신수의 출루율은 통산 0.398는 물론 데뷔 이후 가장 높았던 지난해 0.423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작년 시즌엔 타율 0.285, 21홈런, 107득점, 54타점, 20도루, 출루율 0.423, 장타율 0.462을 기록했지요.

추신수 선수가 ‘잘 나가서’ 주특기이자 좋은 의미로 해석하는 출루율은 영어 OBP (on base percentage)로 쓰고 타자가 타석에서 베이스로 얼마나 많이 살아 나갔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계산법은 (분자=안타+볼넷+몸에 맞는 볼+타격방해)/(분모=타수+희생플라이)로 나타납니다. 통상 타율계산에서 빠지는 희생플라이는 출루율을 계산할 때 포함되는 게 특징입니다. 이에 따라 4월 21일 게임에서 추신수가 기록한 ‘희생플라이’의 경우 타율에서는 득이 됐지만 출루율 계산에서는 손해가 났습니다.

희생플라이와 달리 희생 번트의 경우 타율과 출루율 모두 타수에서 제외됩니다. 상대편의 에러나 야수선택에 의한 진루의 경우 타율과 마찬가지로 출루율 계산에서 분모인 타수에 포함합니다.

추신수와 정반대로 이날 오전 현재 “(좋지 못한 의미로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간” 인물도 등장했는데요. 주인공은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급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서 자신 이름을 1위 (송XX)에, 직위를 5위 (안행부 국장)에 각각 올려놓은 상황입니다.
/안행부 국장의 부적절한 처신 =TV화면 캡처
/안행부 국장의 부적절한 처신 =TV화면 캡처
송XX 안행부 국장이 포털 검색어 최상단에 위치한 것은 진도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실종자의 가족 앞에서 ‘부적절하게 처신했다’는 논란에서 비롯했습니다.

이날 아침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송XX 안행부 국장은 침몰 엿새째를 맞은 20일 오후 6시 진도의 팽목항 대합실 건물 1층에 마련된 가족지원 상황실 앞에서 동행한 공무원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시도했다가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에 대한 비난이 홍수처럼 쏟아졌습니다. 네티즌들은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수많은 승객들이 희생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 신분의 인물이 어떻게 이처럼 생각 없이 행동하는 지...”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안전행정부는 이에, 송XX 국장에 대해 즉각 직위를 해제했습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사무관 시절인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재난관리법률 제정 작업의 실무를 맡아 당시에는 생소했던 ‘특별재난지역’ 등의 개념을 만들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