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사람이 미래다"…유망주 샘솟는 '화수분 야구'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은 프로야구 시즌 때마다 서울 잠실야구장에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소탈한 성격인 박 회장은 VIP석을 마다하고 일반석에서 맥주 한 캔과 함께 경기를 관람한다. 그런 그가 2009년 두산 베어스 구단주에 취임한 뒤 커다란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주를 다녀와 “메이저리그에 뒤지지 않는 2군 훈련장을 지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 1군 선수들이 이용하는 시설도 열악한 국내 야구 환경에서 유망주를 육성하는 2군에 400억원을 투자한다는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두산그룹, "사람이 미래다"…유망주 샘솟는 '화수분 야구'
박 회장이 2군 훈련장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데는 숨은 이유가 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경영철학에 바탕을 둔 것이다. 사람을 키워 사업 성장을 이끌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인재를 육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김승영 두산 베어스 사장은 “최첨단 2군 훈련장을 만드는 이유는 숨은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프로 구단의 역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베어스파크’는 다음달 경기 이천시에 문을 연다.

◆내부 경쟁으로 스타 키워


두산그룹은 1982년 1월 한국 최초의 프로야구단인 ‘OB 베어스’(두산 베어스의 전신)를 창단했다. 1982년 한국시리즈 원년 우승을 이끈 ‘불사조’ 박철순을 배출한 이래 한국시리즈 우승 3회(1982·1995·2001년)를 일궜다.

두산의 팀 컬러는 ‘뚝심’이다. 지난해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패 후 3연승을 거두는 뒷심을 보여줬다. 플레이오프에선 LG를 3승1패로 꺾고 4위팀으로는 처음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삼성이 압승을 거두리라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달리 두산은 삼성을 3승1패로 압박하며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체력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3연패를 당했다.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명승부를 통해 팬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두산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여덟 차례나 가을 야구(포스트시즌)에 참가하며 강팀 이미지를 굳혔다. 두산의 힘은 그룹의 경영철학처럼 ‘인재양성’에서 나온다. 외부에서 비싼 선수를 사오지 않고서도 뛰어난 선수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화수분 야구’다. 그 핵심은 균등한 기회를 통한 경쟁에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두산의 간판선수인 김현수는 고교 졸업 때 지명조차 받지 못했지만 신고선수로 입단해 프로에서 꽃을 피웠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를 주면서 내부 경쟁을 강화한 결과 양의지, 이성열, 오재원 등 유망주들이 주전선수로 성장해 두산을 이끌었다.

올해도 이종욱, 손시헌 등 베테랑 선수들을 떠나보냈지만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시범경기를 1위로 마쳐 기대 이상의 안정적인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승영 사장은 “베테랑들을 떠나보내 주위에서 걱정이 많지만 위기를 기회로 살린 것이 두산의 전통”이라며 “올해도 이기는 야구로 감동을 주겠다”고 말했다.
핸드볼팀 5년 연속 우승

두산그룹은 1991년 한국 최초의 핸드볼 실업팀 두산 핸드볼팀을 창단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핸드볼팀은 2009년부터 동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에서 5년 연속 우승하는 등 비인기 종목인 한국 핸드볼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두산은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세계 4대 메이저 골프대회인 디오픈(브리티시오픈)을 2010년부터 공식 후원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역시 2008년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을 개최하며 한국 골프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 명문 자동차경주 업체 조깁스레이싱의 테크니컬 스폰서로 참여해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