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나가노올림픽의 전이경(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박승희(22·화성시청)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주축이다.

여자 쇼트트랙이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박승희는 1,000m와 1,5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쇼트트랙 대표팀의 유일한 '멀티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종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단숨에 대표팀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케이트에 소질을 나타내며 선수 생활을 시작한 박승희는 일찌감치 기대주로 꼽혔다.

2004년 전국남녀 쇼트트랙대회 여자 초등부 500m 2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고 국내대회에서 출전할 때마다 대회 신기록을 새로 쓰며 쑥쑥 커 나갔다.

중학생 때였던 2007년부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대회에 나선 박승희는 2007년 10월 일본 고베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1,000m 금메달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며 가능성을 보인 박승희는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000m 계주에 출전해 금메달을 합작했다.

박승희는 2008-2009 시즌에는 6차례 월드컵을 치르면서 개인 종목에서는 단 1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하는 등 한동안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4월 종합선수권대회 겸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대회 신기록으로 500m 우승을 차지하고 종합 2위에 오르며 태극마크를 잃지 않았고, 이듬해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했다.

밴쿠버 올림픽 여자 500m에서 박승희는 예선에서 2위로 골인했으나 레이스 도중 캐나다의 칼리나 로베르그를 밀쳤다는 판정을 받아 실격됐다.

하지만 여자 1,000m와 1,500m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박승희는 이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하고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종합 2위에 오르는 등 한국 여자 쇼트트랙를 이끌어왔다.

비록 500m는 주 종목이 아니지만 2013-2014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며 소치올림픽에 대한 기대도 부풀렸다.

박승희는 이번 대회에 언니, 남동생과 함께 출전했다.

언니 박승주(24·단국대)는 스피드스케이팅, 남동생 박세영(21·단국대)은 쇼트트랙 대표로 선발돼 삼남매가 나란히 소치 땅을 밟았다.

또 연인 사이로 알려진 남자 쇼트트랙의 이한빈(26·성남시청)도 소치올림픽에 참가해 서로 힘이 돼줬다.

박승희는 이번 소치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막내였던 4년 전 눈물을 흘렸지만 이제 경험이 많이 쌓이고 잘하는 후배들도 들어왔다"면서 "밴쿠버와는 분명히 다른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그 첫 테이프를 자신이 직접 끊었다.

(소치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