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상봉·韓美훈련 연계 안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3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한·미 군사훈련을 연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10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케리 장관은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인 사안이며 진정성의 문제로, 다른 것에 대한 조건으로 삼아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군사훈련 변함없을 것”

그는 “한·미 군사훈련은 앞으로 규모가 커지지도 않고 매년 같은 시기에 변함없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는 미국과 한국이 대비태세에 변함이 없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또 “미국은 북한을 핵을 보유한 국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 공약을 이행할 것임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우리는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로운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케리 장관은 지난 12일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핵 문제와 관련해 남측과는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에 대해 “미국은 양자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정립해놓은 (6자회담) 프로세스에 헌신하고 있다”며 북한과 당장 양자 대화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케리 장관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과 공조해 대북제재를 강화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북한의 교역과 원조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간다”며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도록 모든 시도를 동원할 계획이며 중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23~25일 2차 상봉 성사될까

남북은 14일 오전 10시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통일부가 13일 발표했다. 지난 12일 1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진 지 이틀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통지문을 보내고 ‘13일 오후 3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접촉을 속개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측은 “14일 오전 10시에 만나자”고 수정 제안했고 북한은 이에 동의했다.

북한이 ‘속개’라는 표현을 쓴 것은 12일 이뤄진 고위급 접촉의 연장선상에서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남북은 2차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북한은 첫 번째 접촉에서 상봉 행사를 여는 데 동의했으나 한·미 군사훈련 기간에는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예정대로 시작하더라도 훈련 기간인 24~25일에는 진행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23~25일 열리는 2차 상봉 행사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상봉 행사는 예정대로 될 것”이라며 “상봉 준비를 위해 15일 선발대를 금강산 지역에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