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트위터 계정 엄선해 입증 자신"…변호인 "여전히 의문많아 검증 필요"

트위터 활동을 통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10일 법정에서 범죄일람표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트위터 계정과 글을 엄선해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여전히 의문이 많아 적어도 2주 정도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재판부도 "빅데이터 업체에서 받은 자료를 증거로 쓸 수 있는지부터 심리해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공소장 변경 후에도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 검찰, 기준 강화해 계정 엄선 = 검찰은 전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국정원 직원들의 것으로 특정한 트위터 계정과 트윗·리트윗 수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

이번이 세 번째 공소장 변경 신청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은 트위터 계정 축소의 취지를 설명하며 2~3일 내에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내겠다고 했다.

검찰은 우선 트위터 '기초 계정' 범위를 종전 364개에서 269개로 축소했다.

또 이 계정의 글을 수차례 동시 트윗하는 데 사용된 '그룹 계정'도 2천270개에서 1천828개로 줄였다.

이는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컴퓨터 파일에서 발견된 계정만 '기초 계정'에 포함시키고, 해당 계정의 글을 트윗덱과 트위터피드 등을 사용해 퍼 나른 '그룹 계정'을 추출할 때 기준을 강화한 결과다.

계정을 선별한 뒤 범죄일람표상 선거 관련 글은 65만건에서 44만건으로, 정치 관련 글은 56만건에서 34만건으로 각각 줄었다.

전체 글도 총 121만여건에서 78만여건으로 감소했다.

◇ 변호인, 끊임없이 문제 제기 = 검찰 측 설명을 들은 변호인단은 즉시 문제를 제기하며 '공소사실 흔들기'에 나섰다.

원세훈 전 원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계정을 '기초 계정'에 포함시켰다고 하는데, 그중 공소사실에서 빠트린 계정도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이어 "트위터 활동을 전담했다는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은 2012년 2월에 출범했다"며 "2010년 5월이나 2011년 1월에 만들어진 계정을 공소사실에서 포함한 이유도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검찰이 계정 추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트윗덱 등을 사용한 동시 트윗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 회수가 비교적 많은 계정만 뽑아냈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의 계정을 특정하려면 트윗이 이뤄진 IP 주소 등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 계정과 거기서 파생된 트윗만 갖고는 78만건의 글을 국정원 소행이라고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트위터 본사에서 사용자 IP 주소 등을 입수할 수 없어 국내 빅데이터 수집업체 두 곳에서 자료를 얻는 방식으로 트윗·리트윗 목록을 정리한 검찰 측의 근본적 한계를 꼬집은 것이다.

재판부도 "검찰이 실증적 검토를 거치지 않고 논리적으로 추론해 계정과 글을 선별했다"며 "그 논리가 무너지면 공소사실이 전부 흔들리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 검찰의 혐의 입증 '첩첩산중' =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의 조직적 정치관여·선거개입을 지시해 국정원법과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밝히려면 검찰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변호인은 검찰이 국정원 직원의 계정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주장과 별개로 계정과 글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빅데이터 업체에서 제공받은 자료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증명력에 앞서 증거능력 자체를 다투는 셈이다.

반면 검찰은 해당 자료가 개인 정보가 아닐뿐더러 그것만으로 개인 식별이 불가능해 본인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며 개인정보호법을 위반한 증거라는 변호인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오는 17일 빅데이터 업체인 다음소프트와 와이즈넷 관계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업체들이 무슨 자료를 어떻게 수집해 관리했는지가 쟁점이다.

재판부가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면 향후 절차는 신속히 진행될 수 있다.

다만 검찰은 원 전 원장 등이 트위터 활동을 통한 대선개입을 직접 지시했는지 밝혀야 하는 가장 큰 과제를 떠안고 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이번에 공소사실을 다시 정리하면서 변호인이 그동안 지적했던 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했다"며 "혐의 입증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