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라이벌주 1월 주가 열어보니, 엔저 부메랑…도요타, 현대차보다 2배 넘게 하락
글로벌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대표기업의 기상도가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올 들어 엔저(円低)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지난해 일본 증시가 ‘과열’이라 불릴 정도로 급등한 탓에 도요타, 소니 등 일본 대표기업의 주가가 연초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작년 엔저 기대 덕에 재미를 봐 출발점이 높아진 데다 연초 엔저 둔화 탓에 ‘부메랑’을 맞은 일본 업체들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할 능력을 확보한 한국 정보기술(IT), 자동차 관련주들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29일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의 도요타, 혼다와 철강의 신일철주금, JFE홀딩스 등 업종별 일본 간판기업들이 올 들어 엔저 둔화와 신흥국 통화위기 등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 업종에선 28일 현재 도요타가 6.26%, 혼다가 10.25% 떨어졌다. 같은 기간 2.53% 하락한 현대차나 3.39% 떨어진 기아차에 비해 하락률이 배 이상 높았다.

간판기업인 소니가 투기등급 신용등급을 받은 IT 분야도 일본 업체 주가 기상도가 어두웠다. 소니가 8.82% 떨어졌고 후지쓰는 9.19% 급락했다. 다만 도시바는 5.66% 상승하며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국 업체 중에선 SK하이닉스가 보합으로 ‘선방’한 데 이어 삼성전자(-6.49%), LG디스플레이(-0.19%) 등이 일본 업체보다는 사정이 좋았다. 10.19% 급락한 삼성SDI나 8.36% 떨어진 삼성전기, 8.15% 추락한 SK C&C 등은 일본 업체를 보고 웃을 처지가 아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작년에는 엔화가 일방적인 약세였지만 올해만 놓고 보면 일본은 환 효과의 역풍을 맞은 셈”이라며 “작년에 일본 증시가 많이 오른 점도 부담이고 일본 업체들의 글로벌 생산기지 전략으로 엔저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점도 큰 낙폭으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화학업종에선 한국이 일본보다 더 ‘울상’이다. 실적부진 여파로 LG화학이 13.19% 하락했고, 롯데케미칼은 10.13% 떨어졌다. 반면 일본 화학업계는 스미토모화학이 4.13% 상승했다. 신에쓰화학(-8.69%), 도레이(-7.42%), 닛토덴코(-2.77%) 등도 한국 화학주들보단 낙폭이 작았다.

철강은 한국과 일본 모두 비슷하게 부진했다. 8.88% 떨어진 포스코나 12.51% 급락한 현대제철 상황은 신일철주금(-12.5%), JFE홀딩스(-10.79%) 등과 큰 차이가 없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경제 전체적으론 여전히 낙관론이 많은 만큼 연초 상황을 놓고 일본 약세·한국 안도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신중론을 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