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1일 오후 3시30분

[마켓인사이트] 현대그룹, 매각 한다던 현대증권 통해 오너기업 200억 지원 왜?
현대그룹이 경영권 매각 계획을 밝힌 현대증권을 통해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인 장외기업에 200억원을 지원한다.

현대증권이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유엔아이의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취득하는 방법으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를 비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유엔아이는 현대증권을 대상으로 상환우선주 166만6667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연 6% 배당을 보장받는 우선주는 주당 1만2000원으로 액면가(500원)의 24배에 발행된다. 현대증권은 증자대금 200억원을 2일 납입하기로 했다. 현대증권이 취득하는 우선주 규모는 보통주 기준으로 19% 수준에 해당한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다른 회사의 주식소유한도)에선 금융회사가 동일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증권은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인수하면서 금산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금산법 규제를 피해간 사례는 과거에 본 적이 없다”며 “차후 우선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면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유엔아이는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꼭지에 있는 현대글로벌에서 2011년 인적 분할한 SI 업체다. 오너 일가가 지분 77.27%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에서 계열사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63% 수준으로 2012년 매출 1261억원, 순이익 131억원을 거뒀다. 지난주에는 현대글로벌 구주 23만주(5.35%)를 62억원에 취득하는 등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유엔아이가 오너 일가 등이 보유한 현대글로벌 지분을 추가 취득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글로벌을 주축으로 재편된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