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큰 원칙은 정리됐으나 정작 산업계의 걱정은 이제부터다. 크게 봐서 인건비 급증과 그로 인한 투자위축, 내년 임단협의 대립 구조화, 대·중소기업 간 격차심화 등이다. 결국 과도한 노동비용이 대외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런 와중에 고용부가 어제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열어 정부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산업부도 경제4단체 대표들과 만나 기업의 현실과 애로를 듣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적중(的中)의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란 불가능하다. 아니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사태는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25년 전 통상임금 산정지침과 비슷한 또 하나의 어정쩡한 행정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 우려된다. 지금의 갈등 역시 정부의 행정지도 관행 때문이었다. 행정지도가 형편없이 깨진 게 이번 판결이다. 정말 규칙이 필요하다면 법조문에 확실하게 명시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것도 차악의 대안일 뿐 원칙으로는 노사자율 계약에 넘기는 게 맞다. 굳이 임금문제에 정부가 끼어들 이유가 없다. 이제는 ‘노동자=무조건 약자’라는 언더도그마식 고정관념도 깰 때가 됐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60년 전과는 너무도 달라졌다. 대기업 노조를 비롯해 지금 불법파업 중인 철도노조 같은 공공노조들은 이미 그 자체로 거대한 정치세력이다. 노사의 갑을관계는 완전히 거꾸로다.

임금체제는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최대한 간단한 구조로 가야 한다. 연봉제 도입률은 아직 전체 산업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사적자치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화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고용부의 오랜 관행이 문제다. 노동정책에서 간섭주의적 오류를 확 걷어낼 계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