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노사정 위원장의 쓴소리 "통상임금 문제는 사회의 폭풍…자칫하면 일자리 줄어들수도…"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산적한 노동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 나온 김 위원장은 대법원 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파장을 걱정했다. 그는 “통상임금 문제는 우리 사회의 폭풍이 될 수 있다”며 “중요한 점은 상여금 몇푼을 통상임금에 더하느냐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임금 체계를 재구축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계가 통상임금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일부 노동계에선 임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산업현장에서 부담이 돼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의 협조가 없으면 기업들이 고용을 축소해 결국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점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임금근로시간 특별위원회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압박에 대해 노동계와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며 “노동계와 산업계가 원만하게 ‘패키지 딜’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기업 중심으로 복지가 해결되던 시기에서 국가와 사회가 고용을 책임져야 하는 시대로 옮겨가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정부의 재정 투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노·사·정이 함께 조정과 타협을 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용률 70% 달성’과 관련된 주요정책인 시간 선택 근로제도에 대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는 각 부처가 제각각 시간 선택일자리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공무원은 안정행정부가, 민간 부문은 고용노동부가 맡는 형태로 쪼개져 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별도로 공공기관 시간제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진행 중이고 여성 정책을 전담하는 여성가족부까지 관여하면서 실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제도는 ‘일자리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고 그나마도 단순업무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고용률 70%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시간 근로제의 핵심 타깃은 고학력 여성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남성 고용률은 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5%에 육박하지만, 대졸 이상 여성의 고용률은 62%로 OECD 가입 24개국 중 최하위라는 것이다. 그는 “질 높은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가계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직무 분석을 통해 시간제 근로자가 필요한 곳을 엄밀하게 가려내는 게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일자리를 확충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근로시간단축제도에 대해 “일하는 시간이 줄면 임금도 비례적으로 줄이는 게 최우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근로시간이 줄어들더라도 여전히 가장이 생계를 부양하는 가구에 한해 정부와 기업이 임금 감소분 중 일정 금액을 분담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근로자들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년 연장에 대해선 “2016년 시행을 앞두고 인사관리 시스템 체계 전반을 조정해나가야 하는 등 쉽지 않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일부 노동단체는 조건없는 정년 연장을 들고 나오지만 이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외 근로자 이민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도 경제발전 정도에 따라 고용허가제를 확대하고 근로이민제도를 만드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고 소개했다.

중소기업 입사를 기피하고, 정부의 고용지원 정책만을 바라는 청년들의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해외 학생들은 글로벌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인턴 기회를 달라는 편지를 보내곤 한다”며 “정부의 고용 지원도 좋지만 밥을 지어서 떠먹여주는 지원방식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찬호 안양상의 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등 각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